나이 67세 돼서? 소셜 연금 받아서? 돈 좀 모아놔서?

[뉴스포커스] 

美 은퇴자 6명 중 1명 꼴 재취업 희망
"돈 때문에"→"지루해서"→"외로워서"
과거 일터'인간 관계'그리움 주된 이유
"성격, 상황 등 고민 후 은퇴 결정해야"

#LA 행콕팍에 사는 조모(69)씨는 2년전 은퇴했다. 한인타운 인근에서 제법 규모가 큰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그는 평소에 67세가 되면 가게를 정리하고 은퇴하겠다고 주위에 말해오더니 실제로 그렇게 했다. 아직 건강한 그는 아내와 함께 가장 먼저 한국에 들어가 3개월간 친구들도 만나고 방방곳곳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미국에 돌아온 그는 여행 가방을 풀 틈도 없이 캠핑카를 타고 평생 꿈이었던 미국 대륙횡단에 나섰다. 여행 뿐이 아니었다. 체력을 키워야 한다며 시간 있을 때마다 배드민턴을 치러 다녔고 기타 교습도 시작했다. 은퇴후 거의 2년동안 그야말로 노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는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얼마전 고교 동창 모임에 나온 그는 친구들에게 “리커스토어를 사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인생이 지겨워서 은퇴한다더니 왜 가게는 다시 하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조씨는 “은퇴 후 딱 6개월은 재미있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뭘해도 행복하지가 않더라”며 “일 할 때가 그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친구들에게 “일 할 수있을 때까지 해라, 은퇴 빨리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어 일을 접은 뒤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은퇴자들이 많다. 물론 은퇴 생활에 만족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그렇지 않은 은퇴자들의 재취업에 대한 욕구가 적지않다.

미국 은퇴자 6명중 1명 이상이 다시 일하고 싶다며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기업관리 회사인 ‘페이체크’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은퇴자들의 은퇴 연수는 평균 4년이었다. 다시말해 은퇴 후 4년쯤 되면 재취업에 대한 의욕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CNBC는 이같은 결과를 보도하면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미국의 은퇴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이 재취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중복 대답이 가능한 이 조사에서 ‘개인적인 이유’(57%)에 이어 ‘돈 때문에’(53%)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은퇴 후의 생활이 ‘지루해서’(52%), ‘외로워서’(45%) 대답도 상당히 많았다. 다시말해 많은 은퇴자들이 경제적 문제 보다는 정서적, 정신적 문제로 재취업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은퇴를 결정할 때 ‘나이가 돼서’, ‘은퇴 자금이 충분해서’ 등의 이유로 직장이나 사업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은퇴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매일 보던 직장 동료나 사업장에서 만나던 손님들과의 단절은 은퇴 후 예상치 못한 지루함과 외로움 등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의 한 여론조사 결과 은퇴 후 은퇴자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나 건강 문제가 아닌 ‘공허함’으로 나타났다. 다시말해 ‘사람’, 인간 관계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설명이다.

한 은퇴 전문가는 “은퇴자들이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와의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은퇴를 결정할 때 시기나 개인의 성격, 주변 상황 등에 관한 보다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