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약물구조 학습시켜 실험대상 6천680→240종 추려

미·캐나다 연구진 "임상시험 거쳐 2030년께 AI 항생제 나올 것"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슈퍼 박테리아'(항생제에 내성을 지녀 쉽게 제거되지 않는 세균)를 잡을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하는 데 인공지능(AI) 기술이 사용돼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캐나다 맥마스터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논문을 게재해 슈퍼 박테리아를 제거할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대상이 된 슈퍼 박테리아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명적인(critical) 위협'으로 규정한 박테리아다.

연구진에 따르면 AI는 먼저 알려진 약물 수천가지가 슈퍼 박테리아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에 미치는 영향을 통째로 학습했다. 어떠한 화학구조가 슈퍼 박테리아를 공격하는데 효과적인지 익힌 셈이다.

이후 AI는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효과가 알려지지 않은 화합물 6천680종 가운데 실험실로 가져갈 후보군 수백개를 1시간 반 만에 추려냈다.

연구진은 그중 240종을 대상으로 시험을 거쳐 잠재적 항생제를 9종으로 좁혔고, 그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항생제인 '아바우신'(abaucin)이다.

아바우신은 실험용 생쥐의 감염된 상처를 치료했으며 환자로부터 채취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표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생제는 바우마니 외에 다른 박테리아에는 효과가 없다는 특징도 있는데, 이는 내성 발생 가능성과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진은 아바우신에 대한 임상시험 등을 거치고 나면 2030년께 첫 번째 'AI 항생제'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MIT 교수 제임스 콜린스는 "이번 발견은 새로운 항생제 추적을 가속화하고 확장하는 데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추가로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과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을 대상으로도 AI 항생제 연구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