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때 부터 바다로…랍스터 잡기 95년째 '랍스터 레이디'

[주말화제]

자신의 이름 딴 배 타고 주 3일간 바다 사냥 
남편 사별후 80세 아들과 17년째 함께 조업
"자유자재 배몰이에 쾌감…나는 독립적 인간"

인주 록랜드시 해안에서 95년째 랍스터를 잡고 있는 '할머니 어부'가 화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 103세 생일을 맞은 버지니아 올리버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록랜드 인근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인 올리버 할머니가 대공황 한 해 전인 1928년부터 랍스터를 잡아 왔다는 사실은 이미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

지난 2021년에는 한 방송사에서 '랍스터 레이디와의 대화'라는 다큐를 제작했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도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들어 할머니를 알아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올리버 씨는 "내가 어디 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나를 붙들고 TV에서 봤다는 둥 말을 건다"고 했다.

친구들은 그녀를 '기니'라는 애칭으로 부르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 그녀는 '랍스터 레이디'로 통한다.

올리버 씨는 "평생 이 일을 해 왔다"며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8살 때 처음 어부인 아버지가 모는 배를 타고 바다에서 랍스터를 잡을 때만 해도 여자 어부는 드물었다.

결혼한 뒤에는 남편과 61년을 함께 일했다.

남편은 늘 "아내가 대장"이라고 말했고 아내 이름을 따 30피트(약 9.14m)짜리 배 이름을 '버지니아호'라고 붙였다.

2006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17년째 아들과 함께 배를 타고 있다. 그 아들은 올해 80세가 됐다.

"아들과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는 이직도 랍스터 철에는 매주 3일 배를 탄다.

메인주의 랍스터 철은 보통 6월에서 9월까지로, 최근 랍스터 포획 허가증을 갱신한 그녀는 조만간 다시 바다로 나갈 꿈에 부풀어 있다.

1세기 가까이 메인주의 어촌을 지킨 그녀는 이곳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올리버 씨는 "남편과 함께 일할 때는 지금보다 랍스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해수 온도 상승으로 갑각류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메인주 일대 해안의 랍스터 개체 수가 줄어든 탓이다.

메인주는 미국 최대의 랍스터 산지로, 그녀의 자녀 4명 중 3명을 포함해 이곳 주민 대부분이 랍스터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

WP는 올리버 씨가 미국 메인주는 물론 세계를 통틀어 최고령 랍스터 사냥꾼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거친 바다에서는 다부진 어부지만 자녀와 손주들을 대할 때는 자상한 할머니가 된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 자녀들이 집에 와 함께 저녁을 먹을 때면 손수 쿠키와 피자, 도넛, 브라우니를 굽는다고 한다. 자유자재로 배를 몰고 다니는 것을 즐기는 그녀는 "나는 독립적 인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