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때 누나 사주로 누나의 동거남 총격 살해

30년간 모범수 복역 앤드루 서

"6개월 전 직업 훈련 제공 교도소 이감…사면 기대 어느 때보다 높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열아홉살 때 누나의 동거남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고 30년 째 복역 중인 미국 시카고 한인 장기수 앤드루 서(49·한국명 서승모)씨의 사면 청원이 이번엔 받아들여 질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5일(현지시간) 1993년 9월 시카고에서 발생한 악명 높은 살인 사건의 범인 서씨가 J.B.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에게 제출한 특별사면 청원이 수개월째 계류 중이라며 "서씨는 교도소에서 30년을 살며 보인 모범적 모습이 용서와 자비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고 쿡 카운티 검찰 역시 사면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프리츠커 주지사가 사면 대상자를 언제 최종 결정할 지는 불투명하지만, 서씨 후원자들은 그가 지난 3월, 수감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범수들에게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보안등급 낮은 교도소로 이감된 것을 고무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리뷴은 "서씨의 사면 청원이 이번에 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도 1993년 제정된 법에 따라 그가 모범수로서 쌓은 신용, 교도소 내 노동 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을 인정받아 약 6년 후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씨는 트리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이감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표현하며 "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서씨는 두살때인 1976년 군 장교 출신 아버지·약사 출신 어머니를 따라 미국 시카고로 이민했다.

그러나 이민 9년 만에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마저 2년 후 강도에게 살해당한 후 서씨는 다섯살 위인 누나 캐서린에 의지해 살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도 유명 사립고등학교 로욜라 아카데미에서 학생회장을 지내고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한 그는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 새로운 꿈을 꾸던 대학 2학년 때 누나 지시대로 집 차고에 숨어있다가 누나의 동거인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세)을 총으로 쐈다.

캐서린은 서씨에게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 상속받은 재산을 도박 빚으로 탕진하고 학대한다"며 권총과 도주용 항공권을 건넸다.

서씨는 2010년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브 서'(House of Suh)에서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2017년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누나 캐서린이 80만 달러(약 10억 원)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돈 문제로 갈등을 빚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서씨는 곧 체포됐고 누나 캐서린은 하와이로 도주했다가 붙잡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당시 검찰은 서씨 남매가 오두베인 명의의 생명보험금 25만 달러(약 3억3천만 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서씨는 1995년 재판에서 10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80년형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2002년, 2017년, 2020년 세차례에 걸친 사면 청원은 모두 거부됐다.

서씨가 올해 넣은 사면 청원은 지난 4월 일리노이 수감자 심사 위원회(IPRB) 심의를 거쳐 주지사에게 전달됐다.

서씨의 변론을 맡은 '일리노이 교도소 프로젝트'(IPP) 캔디스 캠블리스 변호사는 "2019년 발효된 법을 적용하면 서씨는 2015년에 가석방 자격이 주어졌을 것"이라며 "청소년은 두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여서 의사 결정 능력을 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주하원의원·교정국 직원 포함 50여 명으로부터 서씨 사면 지지 서명을 받아 주지사실에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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