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숨진채 발견되고 아들과 엄마는 실종상태…딸은 다쳐 병원 이송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120년 만의 강진이 덮쳐 2천명 넘게 사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다가 목숨을 잃은 가장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10일(현지시간) 모로코 아틀라스산맥에 있는 마을 아미즈미즈에서 무너지는 건물 아래 어린 아들을 온몸으로 감싸 안다가 숨진 아버지의 사연을 보도했다.

아미즈미즈는 이번 지진 주요 피해 지역 중 하나인 천년고도 마라케시에서 불과 55㎞ 떨어져 있다.

주택은 물론 주유소, 카페까지 팬케이크처럼 무너져 내린 이곳에서 만난 주민 하피다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남자형제인 밀루드와 가족에 대해 말했다.

아내와 아들, 딸과 이곳 주택에 살던 밀루드는 지난 8일 밤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순간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아들의 몸을 위에서 덮은 채로 누워 있다가 떨어지는 건물 잔해에 머리를 맞았다고 한다.

이 지역 경찰 간부였던 밀루드의 시신은 수습됐지만, 밀루드의 아내와 아들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하피다는 올케와 조카가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을 알고 있었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 소리가 잦아들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며 하피다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밀루드의 둘째 아이인 딸은 생존했으나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마라케시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로코에서는 8일 오후 11시 11분께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한 뒤 지금까지 2천 명 이상이 숨졌다. 부상자 수도 2천 명이 넘는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실종자 구조 및 수색 작업에 나섰으나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지역 고지대에서는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가 발생해 구급차 통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진앙 근처 마을인 아미즈미즈에서는 붕괴한 건물 탓에 교통이 지체되는 가운데 일부 병원 앞에 시신 10여구가 목격되기도 했다.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가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만큼 사상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han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