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이스라엘 맞선 정당한 저항" 주장

"표현의 자유" vs "테러 동참하라는 건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장보인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대학가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성명서가 내걸려 학생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명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 캠퍼스 내 게시판에는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이름으로 팔레스타인 지지 성명서가 붙었다.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은 성명서에서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공격·학살에 맞선 정당한 저항"이라며 "한국 청년 학생들도 팔레스타인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자"고 주장했다.

성명서에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든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권리", "하마스의 공격은 최근 더 심화하던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한 대응"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성명서가 교내에 붙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외대 4학년 김윤지(23)씨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은 오랜 기간 이어져 왔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하마스가 절대적 선은 아닌 상황에서 (성명서를) 좀 더 조심스럽게 적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는 지식의 장으로서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곳이니 (팔레스타인 지지 의견을) 제지해서는 안 되지만 그에 대한 학우들의 비판도 겸허하게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서방 제국주의를 향한다는 말은 세계정세를 정확하게 짚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든 정당하다'는 점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4학년 구모(23)씨는 "성명서가 붙는 것 자체는 표현의 자유지만 (하마스가) 민간인을 포로로 잡는 행위를 '정당한 저항'이라 보긴 어렵다"며 "자칫 학생사회 전체 의견으로 비칠 수 있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생들 간 입장 차이는 온라인상 언쟁으로도 나타났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대자보는 떼도 되는 게 아니냐", "사실상 테러 동참하라는 포스터" 등의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 논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서로의 정치적 신념을 비난하기도 했다.

노동자연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외대 재학생 서성원(23)씨는 이 성명서에 대해 "학우들에게 이 사태가 어떤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어떤 정당성이 있는지를 알리고 바로잡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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