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열세' 다급 상황, '나이 논란' 트럼프 역공 소재로

가자지구 이슈도 직접 대응…미시간 경선 앞두고 아랍계 표심 달래기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격돌을 준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메시지 전략에 변화를 꾀하며 공세적 태세로 전환한 모드다.

자신의 재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로 평가되는 고령 논란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 소재로 역이용하는가 하면, 주요 지지층의 민심 이반 요인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로 대응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방영된 NBC 방송의 '레이트 나이트'쇼에 출연, 미국 유권자들이 우려하는 자신의 나이 문제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놀림거리 소재'로 활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보다 4살 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대략 나만큼 늙었지만, 자기 부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직격했다.

지난 주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단체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 연설에서 부인 멜라니아를 '머세이디스'라고 불렀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제기되자 즉각 이를 고리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각이 얼마나 늙었느냐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 기조에 비추어 보면 다소 이례적인 언급이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팔순이 넘은 노인이 4년 더 대통령직을 맡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미국인들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애를 먹으며 자신을 둘러싼 고령 논란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공세 전환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판을 흔들어보려는 차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메시지 전략에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을 발목 잡는 또 다른 요인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전망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뉴욕의 '반 루엔' 아이스크림 체인점을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휴전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주말까지로 기대하고 있다"며 휴전 개시 시점을 '다음 주 월요일'로 예상했다.

이어 '레이트 나이트' 쇼에서는 휴전 합의가 도출되면 이스라엘은 라마단 기간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기로 했다고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민주당의 27일 미시간주 경선을 코앞에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6대 경합주 중 한 곳인 미시간주는 아랍·이슬람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아랍·이슬람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지만, 가자지구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자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반기를 들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를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 협상이 곧 타결될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을 직접 알리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협상의 최종 타결까지 관련 정보의 공개를 최대한 자제하는 통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그가 가자 주민들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지지층 일각의 불만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중동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분열은 점점 커지는 국내 정치적 문제라며, 이같은 고려 속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안에 관한 낙관론을 직접 공유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트럼프 인사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의회 여야 지도부를 만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고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예산안 처리를 설득하는 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오는 29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란히 텍사스주의 남부 국경도시 브라운즈빌을 방문해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불법 이민 문제를 놓고 치열한 정책 대결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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