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은 단 하나 "내 이름 내걸지 마라"

[목요화제]

아인슈타인 의대 33년 재직 93세 전직 女교수 
2년 전 별세 금융가 남편 남긴 상속 유산 쾌척
뉴욕서 가장 가난한 소외계층 지역 의대 의미
학생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눈물 바다

뉴욕시 브롱스에 위치한 한 의과대학의 학생들은 지난 26일 필수회의에 참석하라는 학교 당국의 통보를 듣고 삼삼오오 강당에 모여들었다. 다들 왜 회의에 소집됐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잠시후 단상에 오른 93세의 여성이 미리 준비한 원고의 한 문장을 읽어내려가자 모여있던 청중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터트렸고, 일부는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올해 8월부터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수업료는 무료입니다. 이 소식을 여러분에게 알리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짧은 한마디를 던진 사람은 이 대학의 전직 교수이자 이사회 의장인 루스 고테스만(사진) 여사였다. 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에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아인슈타인 의대의 수업료는 연간 6만 달러에 이른다. 책값과 숙식비를 합하면 학생들이 부담해야하는 돈은 대략 10만 달러 정도이다.

이 의과대학의 교수인 피터 캠벨은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었다"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밴드가 콘서트 단상에 막 올라갔을 때 팬들이 느끼는 기분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곧바로 "모든 재학생의 학비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무상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고테스만 여사는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사업 파트너였던 데이비드 고테스만의 부인이다.

그녀는 "남편이 지난 2022년 사망했을 때 나에게 돈을 남겨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가치 있는 대의를 위해 이렇게 선물을 할 수 있는 큰 특권을 얻게 돼 내 자신이 축복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 고테스만은 유산을 남기며 아내에게 "어디든 당신이 좋다고 생각되는 곳에 이 돈을 쓰라"고 당부했고, 자녀들도 어머니의 결정에 적극 지지를 보냈다.
앞서 고테스만 부부는 지난 2008년에도 이 대학에 2,5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그 결과 이 대학에 줄기 세포 및 재생 연구소가 설립됐다.
고테스만 여사는 이번에 또 다시 10억 달러를 기부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자신의 이름이 의과대학 이름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학측은 이름을 넣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부를 장려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어느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아인슈타인이라는 위대한 이름을 가졌는데, 더이상 뭐가 더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10억 달러 기부는 미국 역사상 단일 의과대학이 받은 것으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기부금은 유명 대학이 아닌 뉴욕시 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에 위치한 의과대학에 제공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대학의 1학년 학생 183명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18%는 소외 계층 출신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이 대학 웹사이트에는 "세상에 이런 일도 벌어지느냐"며 "이런 은혜를 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얼마나 훌륭한 의사가 될 지는 보지 않아도 알겠다"며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