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20대에 인생 최대의 행복 느낀다는 통념 무너졌다

[뉴스진단]

140개국 평가 '세계행복보고서' 분석
美 행복 순위 20위, 30세 이하는 62위
SNS 연결 세대… 고립감·우울감 빠져

얼마전 한국의 20대 청년들에게 ‘시대를 가장 잘못 타고난 불운한 세대’가 누구냐 물었더니 67%가 자기 세대를 꼽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누가 시대를 가장 잘 타고 태어났냐’는 질문엔 50대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서도 생애주기를 통틀어 10대와 20대에 인생 최대의 행복을 느낀다는 통념이 무너졌다. 미국의 1020세대는 부양의 압박을 견디며 ‘중년의 위기’를 지나는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자기 삶이 불행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SNS로 또래 집단과 긴밀히 연결되면서 이전 세대의 유년시절에 비해 훨씬 더 깊은 고립감과 우울감에 빠지고 현재의 자기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던 ‘나이가 어릴수록 행복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이례적인 결과여서 전문가들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국제 행복의 날’을 맞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이 보거서는  2021~2023년 자료를 정량·정성 평가해 전 세계 140개국의 행복 척도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30세 미만 세대의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가장 행복한 국가 상위 20위권에서 밀려났다. 전 세대 행복 순위는 지난해에 비해 8계단 하락해 23위에 올랐지만, 30세 이하만 따지면 과테말라, 사우디아라비아, 불가리아에 이어 62위다. 60세 이상 인구만 고려하면 미국은 10번째로 행복한 나라가 된다. 미국에서 15~24세의 자녀 세대는 2005년부터 12년간 그보다 나이가 많은 부모 세대와 노년층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집계된 뒤 2017년을 기점으로 나이와 행복이 반비례하는 추세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 소장 장 에마뉴엘 드네브는 “이전에 청년세대의 행복은 ‘중년의 위기’를 겪기 전까지 상승곡선을 그리고 중년을 기점으로 꺾이곤 했다”면서 “이제는 10대와 20대 세대가 지금까지 누적된 연구와 배치되는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SNS 사용 증가, 소득불평등 심화, 주택 가격 급등, 두 개의 전쟁과 기후변화 등 전 세계 자녀 세대의 행복감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더 많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외과의사 비벡 머시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주고 SNS를 쓰게 두는 건 미친 짓”이라며 “마치 안전하지 않은 약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어린 시절의 행복과 정서적 건강이 성인 삶의 만족도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이전 연구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보고한 청소년과 청년들은 나중에 교육, 지능, 신체 건강 및 자존감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소득을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