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120개 띄워 전략전폭기 41대 격파 '거미집 작전'

[우크라이나]

트럭에 드론 숨겨 밀반입 '우크라판 트로이목마'
피사일 폭격기 34% 타격, "러시아 복구 힘들 듯" 
미국과 러시아 양쪽에 "항복 강요 말라" 메시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2차 직접 협상을 하루 앞둔 1일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에 전례 없는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가 100여 대의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 공군 기지를 기습 공격해 러시아 전략 폭격기 전력에 큰 타격을 입힌 대규모 작전을 두고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수준의 충격을 주고 있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또한 일부 언론은 사전에 드론이 담긴 목재식 창고를 러시아로 밀반입해두는 등 치밀함을 보여준 우크라이나의 이번 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판 트로이 목마’로 빗대기도 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1일 18개월간 준비한 ‘거미줄 작전’을 통해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SBU는 수십 대의 소형 드론을 화물 트럭 캐빈에 숨겨 러시아 공군기지 주변으로 운반한 뒤 원격으로 발사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전략폭격기 41대를 타격하고 러시아에 70억달러(약 9조65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 분석가 세르히 쿠잔은 “세계 어떤 국가의 정보 작전도 이와 같은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총 120대 정도의 러시아 전략폭격기 중 40대를 공격한 이번 공습의 피해 규모가 너무 커서 러시아 군산복합체가 현재 상태로는 가까운 미래에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주요 러시아 공군기지에 있는 순항 미사일 폭격기 34%에 타격을 입힌 것이라고 쿠잔은 주장했다.
이에대해 워싱턴포스트(WP)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작전을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빗대면서 진주만 공습에서 항공모함이 해군 전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한 것처럼, 이번 드론 공습은 유인 전투기로 대표되는 기존 무기체계의 쇠퇴를 드러내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규칙을 다시 썼다”며 “러시아 최고 사령부도 1941년 미국인들만큼 충격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격이 2차 직접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도 저력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마치 패배자로 가정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우크라이나 공습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 협상 물건너 가나

이와관련 양국간의 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전망이 어두운데 2일 열린 2차 협상도 전혀 진전없이 끝나고 말았다. 지난달 16일 1차 협상과 마찬가지로 포로 교환만 합의했을 뿐 협상 시간은 30분 이상 더 짧아진채 타협과 양보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