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트럼프 정부의 하버드 압박-연구비 삭감에 우수 연구자들 미국 탈출 
도호쿠대 "2800억 들여 500명 영입"발포, 타 대학들도 수십명씩 채용 
정부도 관계부처에 외국 연구자 초빙 지시…월등히 높은 연봉 걸림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하버드대를 중심으로 한 명문대 압박과 각종 연구비 삭감 등을 피해 미국을 떠나는 우수 연구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일본 대학들의 구애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채용 계획을 밝히는 가운데 도호쿠대는 ‘백지수표’(보수 상한 없음 조건)까지 내걸었다. 일류 연구자 유치를 위한 일본 대학들의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7일 아시히신문에 따르면 센다이에 위치한 도호쿠대는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0억 엔(약 2820억 원)을 들여 세계 톱레벨의 연구자 약 5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은 이번 채용에서 보수 상한선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런 파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건 이 대학이 지난해 일본 정부로부터 ‘국제 탁월 연구대’로 지정돼 올해만 154억 엔(약 1447억 원)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됐기 때문. 도호쿠대는 이미 미국에서 5차례 채용 설명회를 열어 미국인 16명을 포함해 외국 국적의 연구자 36명의 채용을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학들도 속속 채용 공개에 나서고 있다. 히로시마대는 총 7억 엔(약 66억 원)을 마련해 연구자 수십 명의 채용에 나섰고, 리쓰메이칸대도 5억 엔(약 47억 원)을 마련해 해외 연구자를 최대 16명까지 받겠다고 나섰다. 오사카대 의대는 박사급 연구자 100명의 채용 계획을 밝혔고, 도쿄과학대는 이사장이 8일 직접 방미해 연구자 유치에 나섰다.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4일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연구 활동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우수한 외국 연구자 초빙 등을 강화해 달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일본이 이렇게 연구자 유치 총력전에 나선 것은 여러 분야에서 연구 실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논문의 피인용 수가 상위 10%에 들어가는 ‘톱 10% 논문’의 수를 집계한 결과 일본은 지난해 사상 최저인 13위로 떨어진 상태”라면서 “미국 과학기술계가 처한 지금의 위기를 일본은 연구력을 높일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미국 대학의 인건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선 첨단기술 분야의 경우 우수 연구력을 갖춘 신임 교수 연봉이 3000만 엔(약 2억8200만 원)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대학에서 신임 교수 3명을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은 도쿄대의 한 간부는 “유명 교수 초빙에는 그만큼 고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