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운전 혐의'조사 이경규 사건 계기 '공황장애' 키워드 급부상
'극단적 불안 증상' 환자 4년새 35%↑…죽음 공포, 일상에 어려움
김수미·차태현·김구라·정형돈 등 고통 토로,'연예인 병'수식어도
스트레스 상황의 불안감을 오인하기도…전문의 정확한 진단 필요
개그맨 이경규(65)가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한 혐의를 받으면서 그가 앓고 있다는 '공황장애'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경규는 지난 8일 약물 복용 뒤 다른 사람의 차를 몰고 이동했다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의 소속사는 "(이경규가) 공황장애 약을 10년 넘게 먹고 있어 약물 검사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이 하나 검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공포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공포, 숨이 가빠지거나 막힐 듯한 느낌, 땀이 나거나 손발이 떨리는 등 '공황 발작' 증상이 짧은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는 증상이 없을 때도 증상이 나타날까 두려워하며 질환에 대한 이차적 공포를 갖는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생물학적·유전적·인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스트레스, 개인적인 경험 등도 영향을 미친다.
외상·출혈 등 눈에 띄는 신체적 증상이 없어 과거에는 성격 혹은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됐으나, 최근에는 영화·드라마를 통해 소개되며 대중들도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개선됐다.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는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세미나를 통해 공황 발작을 체험하는 장면이 나온다.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이 코·귀를 막고 입에 빨대를 문 채 숨을 쉬다 공포에 질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공황장애를 앓는다. 편하게 대화를 나누다 갑작스럽게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을 느끼며 뛰쳐나가곤 한다.
◇개그맨 정형돈 "사람들이 무섭다"
공황장애는 한때 '연예인 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 유명인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별세한 배우 최정우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숨진 가수 휘성 역시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면증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상습 프로포폴 투약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의 일기를 엮은 책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에는 생전 그가 겪었던 공황장애의 고통이 고스란히 기록돼있다. 그는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고 남겼다.
2015년 개그맨 정형돈은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정씨는 같은 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무섭다. 아무래도 무서움을 느껴야 하는 직업"이라고 호소했다.
개그맨 김구라도 공황장애로 2014년 입원했으며, 배우 차태현도 2010년 공황장애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무대에 서면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숨을 쉬기 어려웠다. 미국서 행사 도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911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해인, 이희준, 김장훈, 윤종신 등도 같은 고통을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이경규 역시 13년 전인 2012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지 4개월 정도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죽을 것 같다는 심리상태 자주 경험했다"며 "서 있다가도 내가 살아있나 보려고 스스로 꼬집기도 한다.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많아
국내 공황장애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1일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공황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수는 24만7천61명으로 2019년(18만2천725명) 대비 35% 증가했다. 환자 중 여성 56%, 남성 44%로 여성이 다소 많았다.
이처럼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스트레스 상황에 나타나는 일상적 반응 혹은 다른 정신질환을 공황장애로 오인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전덕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장애가 아닌데도 이를 오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불안 증상을 공황 장애로 오인할 수 있으니 전문의한테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