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FIF, 설문조사…3곳 중 1곳 "1~2년내 금 보유 확대"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에서 벗어나 금, 유로, 중국 위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금융 시장에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중앙은행들도 달러보다 금과 유로 등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립적 싱크탱크인 '공식 통화 및 금융 기관 포럼'(OMFIF)이 지난 3~5월 전 세계 7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곳 중 1곳이 향후 1~2년 내 금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금 보유를 줄일 계획이라고 답한 기관들을 제외한 수치인데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도 금 보유는 가장 선호됐다.

40%가 향후 10년에 걸쳐 금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OMFIF는 보고서에서 "수년 동안 기록적인 중앙은행의 금 구매가 지속된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금에 투자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작년 조사에서 가장 선호됐던 달러는 올해 7위로 떨어졌다. 향후 1~2년 내 달러 보유를 늘리겠다는 응답 비율은 5%를 조금 밑돌았다.

70%가 미국 정치 환경이 달러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답변이다.

중앙은행들의 달러 자산의 다각화로 유로와 위안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1~2년 내 보유를 늘릴 것이라는 응답 비중을 보면 유로(16%)와 위안(14%)이 1, 2위를 차지했다. 유로화 보유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비중은 작년(7%)의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다만 향후 10년으로 확대하면 위안화가 더 선호됐다. 30%가 위안화 보유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이 현재의 세 배인 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보유액 관리자들과 직접 거래하는 소식통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한 '해방의 날' 이후 외환보유액 관리자들 사이에서 유로에 대한 긍정적인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UBS 자산운용의 글로벌 국채 전략 책임자인 맥스 카스텔리는 "해방의 날 이후 준비금 관리자들이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위험에 처했는지 묻는 많은 문의가 있었다"며 "내가 기억하는 한 이 질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유로의 글로벌 준비자산 비중은 앞으로 몇 년간 거의 확실히 증가할 것"이라며 "유럽이 훨씬 더 긍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 아니라 달러의 지위가 약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유럽중앙은행(ECB)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각국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2023년 말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10년전 보다는 10%포인트나 낮아졌다.

반면 2023년 말 현재 유로 비중과 금 비중은 각각 약 16.5%였는데 지난해 말 현재 금 비중은 19%로, 유로 비중은 20%로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량을 1천t 이상 늘렸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준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유로존 부채 위기 이전 유로가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였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이 변화의 순간이 유럽에 기회다. '글로벌 유로'의 순간"이라며 유럽에 행동을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글로벌 통화 지배력의 변화는 과거에도 일어났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국제 질서의 심오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개방된 시장과 다자주의 규칙이 무너지고 있고, 이 시스템의 초석인 달러의 지배적 역할조차 더는 확실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보호주의, 제로섬 방식 사고, 양자 간 권력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달러에 대한 우려가 아직까진 대안을 향한 큰 이동을 촉발하지 않고, 대신 금 수요 급증으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유로화 지위 강화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지정학적 신뢰성, 경제적 회복력, 법적 및 제도적 무결성 강화를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