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살려 vs 문화유산 상품화하고 지역주민 몰아내

'베이조스 꺼져라' 항의시위…별다른 충돌없이 예식 마무리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론을 양분하며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베네치아 당국과 일부 관광업자 등은 억만장자의 결혼식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를 상품화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영국 BBC 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마지막 날까지도 베이조스의 결혼식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했다.

베이조스는 비판 여론과 보안 우려로 결혼식 장소를 애초 예정했던 시내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옮기고 베네치아 의회에 300만달러(약 41억원)의 기부금도 전달했지만, 들끓는 반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날에도 최소 500명의 시위대가 베이조스의 결혼식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베이조스는 떠나라'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고, 리알토 다리 위에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조명탄을 쏘아 올리며 항의했다

멸종저항그룹 회원인 파올라는 "가장 큰 문제는 베네치아가 놀이공원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억만장자들이 와서 도시를 놀이공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혼식 하객들이 개인 제트기를 타고 도시를 찾은 점에 대해서도 최악의 오염원이라고 비판했다.

베네치아가 관광객들의 놀이터가 되면서 원래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고향을 잃고 도시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BBC는 다만 베이조스의 결혼식에 따른 혼란은 예상보다는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명인들이 몰려들면서 도시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일반 관광객들도 수상택시나 곤돌라를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었고, 일부 도로가 잠시 폐쇄되기는 했지만, 일시적이었다는 것이다.

베네치아시 부시장은 베이조스의 결혼식이 도시에 필요한 '고급 관광'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발 담당 시의원인 시몬 벤투리니도 "많은 사람이 이제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할 것"이라며 도시의 결혼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 도시는 누가 결혼할 수 있고 누구는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란이 아니다"고도 말했다.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레다도 "베이조스 같은 사람이 더 많이 와야 한다"며 결혼식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비용, 단시간 관광이 판을 치고 있다"며 "사람들은 20유로짜리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한 푼도 쓰지 않는다. 베네치아에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