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反트럼프 후보 지원에 '도널드 전적 지지' 새 후원회 결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다양한 국정과제를 묶어 통과를 추진 중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강한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해당 법안이 이날 연방상원에서 JD 밴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간신히 통과되기 전인 지난달 말에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에 글을 잇달아 올렸다.
그는 이 법안의 통과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고 머리를 매달아야 한다"며 비난을 퍼부으면서 내년 예비선거에서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메리카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새벽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머스크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그가 운영하는 기업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협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서는 "그(머스크)가 그것(전기차 의무화 조치에 따른 테슬라 보조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 정부효율부(DOGE)가 일론(머스크)을 맡도록 해야 할지도 모른다 등 머스크에게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귀화한 미국 시민인 머스크를 출신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추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면서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추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로부터 이런 협박을 들은 머스크는 1일 오전 트위터에 "확전의 유혹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자제하겠다"고 썼다.
하지만 OBBBA에 반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밉보인 토머스 매시(공화·켄터키) 연방하원의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냥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매시 의원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면서 다른 경쟁 후보를 세워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머스크가 반(反)트럼프 후보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제임스 피시백 전 DOGE 고문은 새로운 특별정치후원회(Super PAC)를 결성해 머스크의 움직임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별정치후원회는 일반적인 정치후원회(PAC)와 달리 후원금 모금 액수 제한을 받지 않으며 영리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다.
다만 후보자나 선거운동본부와의 직접 소통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피시백이 만들려는 정치후원회의 명칭은 '도널드 전적 지지'(Full Support for Donald), 약칭으로 'FSD'다.
'FSD'라는 약칭은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의 자동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이름인 'Full Self-Driving'을 일부러 따라한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주가는 1일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5.3% 하락해 마감했다.
머스크는 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3억 달러(4천억 원)을 기부하고 오프라인 유세와 온라인 선거운동에 큰 기여를 해 작년 11월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떠올랐고, 올해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DOGE 업무에서 올해 5월 말 손을 뗀 후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감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역점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매우 악화했다.
이 갈등은 지난달 중순 머스크의 사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으로 일단락된 뒤 한동안 소강상태였으나, 머스크가 지난달 말 OBBBA를 다시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재점화됐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