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시장 개방 성과로 내세워

"일본, 소형차 선호 등 수요 달라…판매 확대 난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등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시장 장벽을 낮췄다고 자랑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등에서 미국차 판매가 많이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일본이 미국차를 원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장 개방 압박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국에서는 일본차 브랜드가 넘쳐나는 데 반해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를 거의 사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거리였다.

미국은 자동차 시장을 개방한 데 비해 일본은 까다로운 안전기준, 시험요건 등을 내걸어 자동차 수입을 막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역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신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를 시작하면서 관세를 무기로 각국의 다양한 무역 장벽을 철폐하도록 압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SNS를 통해 일본과의 무역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고 성과를 내세웠다.

일본의 무역 협상 담당자는 시장 개방과 관련해 일본이 통상 요구해온 고유의 안전 기준 및 검사 없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최근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한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알리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무역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실효성이 있는 건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자동차 전문가나 업계 베테랑들은 무역 장벽 철폐 약속이 미국산 자동차 판매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일본 시장에서 별다른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일본은 1970년대 후반 이후에는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지도 않았다.

포드 자동차의 경우 지난 2016년 수익을 내지 못한다며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작년 기준으로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의 경우 미국산 비중은 20% 정도이다.

도로가 좁고 교통 체증이 잦은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연비가 좋은 소형 차량을 선호한다. 또 차량 좌측통행이 원칙이어서 차량 핸들이 오른쪽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GM에서 일했던 기무라 쓰요시 일본 주오대 교수는 일본에 진출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무역 장벽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고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자동차 업체가 일본 시장을 겨냥한 모델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라인업은 주로 대형 SUV와 트럭으로, 소형차는 생산이 어려운 구조다.

기무라 교수는 "시장의 기본적인 수요를 고려하면 미국산 자동차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일본이 자동차 시장 개방을 선언하더라도 미국산 자동차가 팔릴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