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영화관 한번도 안갔다” “올해 찍은 영화 하나도 없다"

[뉴스인뉴스]

LA 영화 촬영일 전년比 46% 급감
넷플릭스등 OTT 확산 존재감 실종
영화 점유율, 지난해 60%대로 하락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명사이자 LA 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할리우드가 존재감을 잃고 있다. 남가주 지역에서의 영화 제작이 급감하고 있고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도 크게 줄어 옛 명성을 잃고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비영리단체 필름L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A에서 재작된 영화와 TV의 총 촬영일수는 529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3%나 급감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46.1%나 감소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산업을 둘러싼 환경의 급변화가 할리우드 빠른 쇠퇴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더넘버스에 따르면 미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박스오피스 매출 기준)은 2010년 90%가 넘었지만 지난해 69.8%로 낮아졌다. 넷플릭스 등 OTT를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 등 각지에서 제작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대세로 자리잡아서다.
이로 인해 영화 제작사들의 부침도 컸다.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픽처스를 포함한 파라마운트글로벌이 스카이댄스미디어에 80억달러(약 11조원)에 팔린 사례는 미국 영화산업이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110년 역사의 비주얼이펙트(VFX) 전문기업 테크니컬러는 2월 파산을 신청했다.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23년에는 각본가와 배우들의 대규모 파업으로 제작이 지연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주요 시장이었던 러시아에 영화 판매도 불가능해졌다. 올해 1월에는 LA 대형 산불이 발생해 많은 제작진이 피해를 보았다.
LA에 거주하는 대역 배우 게오르기 일리치는 배우 일 대신 우버 운전자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촬영에 들어간 영화가 하나도 없다"며 "이처럼 일을 찾기가 힘든 상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일리치는 배우의 꿈을 여기서 접어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영화를 보러가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직장인 심모씨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영화관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말하고 "대신 스트리밍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LA 경제의 원동력 중 하나인 할리우드의 침체는 지역 경제 위기를 넘어 캘리포니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75억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 패키지를 추진 중에 있지만 할리우드의 옛 명성을 되찾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