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독 연구팀 "달래는 속도보다 방식이 아기의 감정 회복에 더 큰 영향"

아기 울음에 대한 엄마의 반응은 초기 정서 발달에 핵심 요소로 꼽힌다. 아기가 울면 가능한 한 빨리 달래는 게 좋다는 통념과 달리 달래는 방식이 속도보다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더럼대 자나 클레이 교수와 독일 라이프니츠 교육연구·정보연구소(DIPF)의 카를로 프레덴 박사팀은 8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발달 심리학(Developmental Psychology)에서 영국 도시 지역과 우간다 농촌 지역에서 엄마와 아기 간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연구에서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기가 울 때 엄마가 어떻게 달래는지 관찰한 결과 영국 엄마들이 더 빠르게 달랬지만 회복되는 속도는 우간다 아기들이 더 빨랐다며 이는 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된 달래기 행동의 유형이 아기 감정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해 있는 서양 양육 모델에서는 아기가 울거나 괴로움을 표하면 엄마가 신속하게 반응하고 달래주는 것이 아기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된다고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서구 산업화 사회 밖의 엄마들이 아기의 정서적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이 연구에서 영국과 우간다의 엄마와 아기를 대상으로 엄마의 반응성과 그것이 아기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험 환경이 아닌 일상에서 생후 6개월 된 82쌍의 엄마와 아기를 촬영한 영상을 활용해 아기가 울거나 칭얼대는 것으로 불편함을 표현할 때 엄마의 반응과 달래는 행동, 아기가 회복되는 과정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는 아기에 대한 영국 도시 엄마들과 우간다 시골 엄마들의 반응 속도, 달래는 방법, 아기들의 진정 속도 등에서 모두 차이가 관찰됐다.

영국 엄마들은 아기가 울면 매우 신속하게 달래기 시작했으나 우간다 엄마들은 상대적으로 반응이 느렸다.

아기 달랠 때 영국 엄마들은 생후 3개월에는 주로 모유 수유 등 신체 접촉을 사용했지만 성장함에 따라 신체 접촉이 줄고 말로 달래는 방식이 늘었다. 하지만 우간다 엄마들은 아기 나이와 관계 없이 모유 수유 중심의 신체 접촉에 의존했다.

그러나 아기들의 회복 속도는 엄마들의 반응 속도가 빠른 영국의 아기들보다 엄마들의 반응은 느리지만 신체 접촉을 주로 사용한 우간다 아기들이 더 빨랐다.

연구팀은 주목할 점은 반응이 느린 우간다 엄마들이 신체 접촉 방법으로 아기들의 더 빠른 회복을 끌어냈다는 것이라며 이는 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된 달래는 방식이 아기의 회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프레덴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엄마가 아기를 신속하게 달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반응 방식 그 효과가 문화마다 의미 있게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서로 다른 아기 돌봄 전략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복잡성을 보여준다"며 "서구의 '최적 양육' 개념이 다른 환경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 출처 : Developmental Psychology, Zanna Clay et al., 'Maternal Responsiveness to Infant Distress: A Cross-Cultural Investigation in Uganda and the United Kingdom', https://doi.org/10.1037/dev0002038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