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애매하지만, 의도성이 관건"
전북 군산시에 사는 70대 A씨는 지난 8일 한 초등학교 앞에서 여자 초등생 B양에게 "예쁘다"고 말을 걸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날 오후 3시께 차를 타고 가다가 창문을 열고 길가의 B양에게 말을 건넸다.
딸로부터 이 상황을 전해 들은 B양 부모는 유괴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임의동행됐다.
일반적이지 않게 차를 탄 채 '굳이' 말을 걸었기에 오해받기에 충분했다.
A씨는 "아이가 예뻐서 예쁘다는 취지로 말만 하고 지나간 것일 뿐 유괴 목적은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A씨와 B양 진술을 고려했을 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A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구두 경고했다.
이에 대해 B양 아버지는 "A씨가 아이에게 이름 등을 물었고 '같이 놀자'라고 했다고 한다"며 "덕담 수준을 넘어섰는데, 당시 목격자와 인근에 CCTV가 없어서 혐의를 판단하기에 애매한 사건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아이가 정신적 고통을 받아 며칠간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재조사 요청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시 덕진구에 사는 김모(46)씨도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예비 성범죄자'로 몰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서먹함 깨기' 차원에서 말을 건넸다가 겁에 질린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서둘러 빠져나간 것.
당황한 김씨는 괜히 말을 걸었다는 후회를 했다.
김씨는 "딸 또래로 보여서 '어느 학교에 다니냐'고 말을 걸었다가 아이의 행동에 당황했다"며 "그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후회도 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미성년자에게 "예쁘다"라거나 안부를 묻는 게 전통적 차원의 덕담일까?
일선 경찰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여성·청소년 범죄를 장기간 담당한 전북 경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의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시 상황과 의도성을 먼저 들여다보고 전과 조회한 뒤 동종범행이 있으면 더욱 면밀히 살펴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예전 성범죄 사건이 횡행했을 때 남성들이 길거리를 지나면서 의도적으로 '열중쉬어' 자세로 다니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웃픈(웃기고 슬픈) 사례지만 현실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자 아예 말을 안 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1(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