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N-윌셔 최고위직 모두 '자리보존'됐지만...

"지점 폐쇄 불보듯...차라리 합병이 안되길 바래요"

구조조정 외에도 원치않는 보직 강제발령도 걱정

일부고객도 불안..."기존 혜택 줄어들지 않을까"

 BBCN은행과 윌셔은행의 합병으로 합병은행을 이끌 최고위급 임원진이 결정된 가운데 BBCN 8명과 윌셔 7명의 현 임원들이 한명의 감원도 없이 모두 임원진에 포함돼 고위직 임원들은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 반면 양 은행의 합병이 차곡차곡 단계를 밟으며 능선을 넘어 합병이 점차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통폐합이 예상되는 지점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합병은행의 CEO가 될 케빈 김 BBCN행장을 제외한 통합은행의 최고위직 임원진이 최근 결정, 공개됐다. BBCN의 김규성 수석전무(COO)과 마크 이 전무(CCO)가 각각 수석전무 타이틀을 달고 합병은행의 커뮤니티 뱅킹 헤드와 코퍼레이트 뱅킹 헤드에 오르는 등 BBCN 8명과 윌셔 7명의 현 임원들이 모두 현 직을 유지하거나 보직 이동·신설 등으로 자리를 보존하게 됐다.

 양 은행의 최고위직 임원급에 대한 감원이 없어 윗선의 큰 동요없이 안정된 합병은행의 위용을 꾸리게 됐다. 

 하지만 고위직과는 달리 일선 지점의 직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융당국에 합병신청서가 제출되고 통합은행 임원진이 공개되는 등 양 은행의 합병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양 은행이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의 직원들의 불안감은 극심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다. 

 현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나란히 영업하고 있는 양 은행의 두 지점.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50여 걸음에 불과해 이곳 지점 직원들은 지점 통폐합을 기정사실화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곳 윌셔은행 지점의 한 텔러직원은 "BBCN과 바로 맞닿아 있어서 합병이 되면 분명히 하나는 폐쇄될 게 불보듯 뻔해 지점이 폐쇄되면 나도 혹시 잘리게 되지 않을까 밤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했다. 이 직원은 현재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합병발표 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다른 직원은 "지점이 폐쇄되더라도 당장 잘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원하지 않는 곳으로 발령받을 경우 생소한 근무환경에서 낯선 직원들과 섞여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게 큰 걱정거리다"며 "솔직히 문제가 생겨 이번 합병이 안되길 바란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직원들이 걱정하는 것은 감원 외에도 원치 않는 보직으로 강제 발령이 나는 등의 변화다.
 BBCN의 한 지점 직원은 "은행 차원에서 지점을 정리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그로 인해 하루 아침에 너무 큰 변화를 겪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합병 발표 후 양 은행의 행장들은 합병 후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자리와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이 처럼 직원들의 합병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더 커져가는 실정이다. 

 불안함은 은행 직원들 뿐만이 아니다. 일부 고객도 불안해 하고 있다. 

 김모씨는 "모든 거래를 윌셔은행에서 하는데 BBCN 중심으로 통합되면 기존의 혜택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최낙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