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한국인 개인계좌 1조860억원

9월까지 통과 안 되면 금융사 피해 


 한국과 미국이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양국이 맺기로 한 조세조약 비준안이 한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내 자산가들이 재산을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한국정부는 해외에 숨겨놓은 재산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비준안 통과가 시급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언제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처지다.

 22일 세정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협정은 양국의 거주자에 대한 일정 금액 이상의 계좌보유자 이름과 계좌번호 등 금융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이 협정에 정식 서명을 했고, 국회에서 비준이 되는대로 올해 9월부터 2014년과 2015년 기준의 금융 정보를 교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금융정보 교환이 계획대로 될지 미지수다. 비준안이 넘어간 지 9개월째지만 국회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 하고 있다. 총선 등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회기에서는 사실상 처리가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이번 협정에 큰 기대를 걸어 왔다. 미국의 경우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경우 금융정보를 일일이 요구해야 했지만, 협정이 비준되면 매년 9월 미국 내 한국 거주자의 금융정보가 자동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국에 재산을 숨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미국은 한국 거주자가 보유한 개인 계좌가 1조860억원에 달하는 곳이다. 또한 홍콩은 한국내 법인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액(8조1,243억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특히 FATCA의 비준은 한국내 금융회사에게도 시급한 문제다. 미국은 전 세계 금융회사들이 미국 납세자가 보유한 계좌(5만달러 이상) 정보를 연방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는 금융회사는 미국에서 얻은 배당 이자 등 소득의 30%를 벌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조세정보 교환 협정을 맺은 국가의 금융회사는 예외다. 미국과 약속한 9월까지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한국내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회 외통위는 작년 11월말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 국세청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무관심 때문에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