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소강 국면서 전망 밝지 않아…"김정은 결단에 달려"
다른 외국인투자자 시선 고려할 듯…"못 이기는 척 협의"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28일 북한에 시설 철거 문제를 비롯한 금강산관광 관련 논의를 할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을 차갑게 대해온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지 주목된다.

당초 북한이 서면 협의를 제안한 만큼 실무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있지만,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려고 해도 남측의 협조가 필요한 측면도 있어 대화 손짓을 무작정 뿌리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이날 오전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서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답신은 북한이 지난 25일 통일부와 현대그룹에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 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는 통지문을 보낸 지 3일 만이다.

당시 북한은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를 제안했지만, 정부는 문서만으로 관광 재개를 비롯한 금강산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없다고 보고 관계자들이 직접 대면하는 실무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 소강 국면에서 북한이 응할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북한은 이미 지난 23일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으로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돼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측 아닌 북측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당초 북한이 남한과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생각이 있었다면 문서가 아닌 대면 협의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철거를 기정사실로 한 상태에서 문서교환 방식으로 하자고 했는데 우리가 이를 완전히 수용하지 않고 역제안을 했다"면서 "북한이 통지문을 보낸 지 며칠 안 됐는데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 그건 결국 김정은의 결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북한은 득실을 따져가면서 회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금강산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현대아산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설을 철거할 경우 다른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우 나쁜 신호가 될 수 있다.

협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일단 외국인투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실무회담에 응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투자유치와 경제발전 큰 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 조치로 안 좋은 선례를 남기면 스스로 타격 입는다는 것을 북한도 안다"며 "못 이기는 척하면서도 실무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강산이 한국인에게 명산이지만, 외국 관광객에게는 금강산을 위해 북한에 갈 만큼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닐 수 있어 남측 관광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관광수요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남측 관광객 유입의 중요성을 인식한 데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을 지낸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아산에서도 수많은 비용을 들여 외국 손님들을 모셔 가려 했는데 최대치가 (전체 금강산 관광객의) 5%"라며 "북측이 싱가포르와 홍콩도 가보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를 통해서도 해봤는데 누구도 현대가 빠진 금강산에 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측 관광객을 받으려면 한국 정부의 허가는 물론 신변안전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당국 간 협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북한의 철거 방침에 등 떠밀려 제안하긴 했지만, 그동안 금강산관광 재개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창의적 해법'까지 거론하며 의지를 보이는 점을 북한이 고려할 수도 있다.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