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몰래 두고간 6천만원 들고 튄 2인조 도둑 5시간만에 검거

한국

신원미상 50대 남 매년 연말 선행
19년간 20회 총 6억 834만원 쾌척
"찾아서 다행…시민 자긍심에 상처"

"천사의 아름다운 마음과 전주시민들의 자긍심을 훔쳐간 범인을 엄벌해야 합니다. 시민들에게 훔쳐간 성금 보다 수천배, 수만배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해마다 세밑 추위를 녹여주던 전북 전주시 노소동의 '얼굴없는 천사'가 두고간 성금 6천여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성금을 훔쳐간 절도 용의자 2명은 범행 5시간만에 검거됐다.

30일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분쯤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났던 ㄱ씨(30대) 등 2명의 용의자를 충남 논산에서 검거했다. ㄱ씨는 이날 '얼굴없는 천사'가 노송동 주민센터옆 천사공원내의 '희망을 주는 나무'옆에 두고 간 성금을 기다렸다가 훔쳐 달아난 혐의다.

경찰은 주민센터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절도범 차량을 찾아내 추적했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매년 연말 얼굴없는 천사가 다녀간다는 사실을 알고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인들이 타고 달아난 차량이 26일부터 이틀간 주변에 대기했다가 주말에 사라진 뒤 이날 다시 나타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탄절을 전후해 찾았던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는 새해를 이틀 앞둔 시점까지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웠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예년처럼 50대 중년쯤으로 보이는 남성의 전화가 걸려와 천사공원 안 '희망을 주는 나무'옆에 성금을 놓고 간다고 해서 달려가 보니 성금이 사라지고 없었다"면서 "불과 1분여만에 벌어진 상황이어서 아찔했는데 범인이 검거돼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시민들도 탄식과 안도가 교차했다. 주부 김봉임씨(51)는 "세상이 아무리 막간다 해도 선행의 표상이 된 얼굴없는 천사님의 고귀한 기부금을 훔쳐갔다는 말을 듣고 황당하고 안타까웠다"면서 "절도범이 빨리 잡혀 상처받았던 전주시민의 자긍심을 되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50대 중반의 남성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해마다 연말이면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를 찾아 전화를 걸어 성금을 놔 둔 장소만 알려주고 사라진다. 천사의 선행은 지난해까지 19년동안 20회나 이어졌다. 그가 몰래 보내 준 성금은 6억834만660원에 달한다. 이 선행은 '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숱한 천사들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