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나경원 등 한국당 14명, 500만원 이상 벌금형시 5년간 출마 불가
'국회법 위반' 면한 민주당 5명은 금고 이상 형 확정시 피선거권 박탈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작년 4월 국회에서 여아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로 충돌한 이후 줄곧 '정치권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던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혐의가 무겁다고 보고 검찰이 정식 기소한 정치인들은 앞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중대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조광환 부장검사)는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 23명 등 24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국회 회의장 소동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정식 재판에 넘겨진 대상은 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은재·정갑윤·정양석·정태옥 의원 등 14명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의원 등 4명이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한국당 측 관련자들은 당시 충돌에 가담한 내용에 따라 국회법 위반, 국회 회의장 소동, 특수공무집행방해, 공동감금, 공동퇴거불응 등 혐의를 받는다. 특히 14명 모두에게 '국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국회법 166조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등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런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는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국회 선진화법을 어겨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치인들이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는다면 5년간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의미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된다.

이 법은 2012년 제정됐다. 이 법을 위반해 기소된 사례는 이들이 처음이다.

한국당 의원들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국회법 위반 혐의는 빠졌고, 공동폭행·공동상해 등의 혐의만 적용됐다.

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국회법 위반으로 기소됐을 때보다 피선거권 박탈 조건이 훨씬 까다로운 셈이다.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돼 재판에 넘겨진 것은 같아 보여도 한국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이 느낄 위기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은 각 의원에게 여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면서 국회법 위반 혐의는 별도로 기소했다. 국회법 위반에 대한 형량이 별도로 선고되도록 한 조치이다.

검찰은 "국회법 위반은 공직선거법에 분리선고 기준이 없지만 합쳐서 기소하는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분리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A의원이 공동감금 혐의와 국회법 위반 혐의를 동시에 받고, 재판에서 벌금 600만원이 선고된다면 국회법 위반과 관련해 선고되는 형량이 벌금 500만원 이상인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A의원을 공동감금 혐의, 국회법 위반 혐의로 나눠 2차례 기소했다는 의미다.

한편 검찰은 사건의 파급력을 고려한 듯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각에서 검찰이 국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처리나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국회를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이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데 대한 반응이다.

검찰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건을 더 빨리 처리하지 못한 점 송구스럽다"며 "공수처법을 이유로 처리를 안 했다고 본다면 검경수사권 조정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을 처리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막중한 업무를 처리하는 수사팀 입장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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