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가덕 밀어붙인 부산…경남은 찬성이지만 지역간 온도차 존재

대구는 여전히 결사반대…김해신공항 폐기에 힘 실었던 울산 입장 유보

(부산·울산·경남·대구=연합뉴스) 오수희 황봉규 김근주 홍창진 기자 = 17일(한국시간)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안(기존 김해공항 확장안) 사실상 백지화 발표와 함께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이 재부상하면서 영남지역 지자체 이해관계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부산시·경남도는 찬성, 울산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데 반해 대구시는 수용 불가 견해를 밝혀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 간 해묵은 갈등이 또 촉발할 조짐도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 논의와 관련해 줄곧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해온 부산시는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대행은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는 부산시민의 간절한 여망이 만들어낸 쾌거"라며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2030 부산 월드 엑스포의 유치를 위해서라도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서 가덕 신공항이 조속히 건설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는 내친김에 가덕도 신공항의 조속한 건설을 위한 패스트 트랙 전략 마련 등도 촉구했다.

경남은 지난번 가덕 불가 입장에서 이번엔 찬성으로 돌아섰다.

김경수 도지사는 직접 페이스북에 "김해공항 확장안은 안전성, 소음, 확장성 등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객관적으로 증명됐다"며 "안전하면서도 24시간 운항 가능한 동남권 신공항 대안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가덕 신공항 추진에 힘을 보탰다.

김 지사는 "대륙의 시작점이자 해양으로 나가는 출발점인 동남권은 동북아 물류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며 "부산신항과 바로 연계할 수 있는 공항은 가덕도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남도 거제 등 남동해 인접 지역과 서부 내륙지역과의 가덕 신공항에 대한 온도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위해 부·울·경 연대에 나서기는 했지만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해온 울산시는 검증위 발표와 관련해 이렇다 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추진될 신공항 입지 선정이 울산 시민 이익에 부합하고 국가적으로 제대로 된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부적으로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덕 신공항 건설은 부·울·경이 나눌 수 있는 공통된 이익 분모는 아니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과거에도 부산 가덕도 입지에 대해 극력 반대했던 대구시는 이번 검증위 발표를 두고도 "용납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어 "지역 사회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도민이 행동으로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입만 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구·경북은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며 "세금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어서 변경하려면 영남권 5개 시·도민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년 전 영남권 신공항 사업 타당성 조사 때 부산시를 제외한 4개 영남 지자체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반대한 상황과는 기류가 다르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완강한 반대가 계속되면 가덕도든 새로운 입지든 영남권 신공항 추진은 또 한 번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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