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노령화 사회…행복하고 우아한 은퇴는 '신기루', 다시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실

[주말 기획/'지금 한국의 노인들은']

연금으로 생계유지 턱없이 부족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잿빛 미래

고령층 평균 49.3세에 퇴직해도
생활비 때문에 대부분 근로희망

기대수명 83.3세, 복지유지 막막
정년 연금 노동시장 손질 급선무

 우아하고 행복한 노년은 '신기루'일 뿐일까?

 대한민국은 급속하게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대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노인 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노인 자살률 세계 1위 국가에서 고령층의 미래는 여전히 잿빛이다.

▶연금 못받는 고령층 760만명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노인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조사 대상 고령층 55∼79세 인구 1476만6000명 가운데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 수령자 비율은 48.4%(714만1000명)였고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4만원이었다. 연금 수령액이 25만∼50만원 미만 비중이 38.1%에 달했고 150만원 이상 수령자는 9.5%에 불과했다.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는 고령층도 약 762만5000명이나 된다. 
 연금을 받는 사람들도 소득대체율이 20%대 정도여서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09만6000원이다. 정부가 저소득 노인 복지 예산을 늘리고는 있지만 생계 부양에 한계가 있다.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일찍 밀려나는 것도 고령층 생계에 엄청난 부담이다.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3세였다. 이런 고령층이 524만5000명이었다. 

▶58.7% "생활비 때문에 일해야"
 고령층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8.1%(1005만9000명)로 지난해보다 0.7%포인트(43만9000명) 증가했다. 이들의 근로 희망 사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가 58.7%로 '일하는 즐거움'(33.2%)을 꼽은 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장래 일하기를 바라는 고령층은 평균 73세까지 계속 일하기를 원했다. 70세를 넘긴 70~74세 고령층은 79세, 75~79세는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3.3세다. 결국 쌓아둔 재산이나 연금이 부실한 고령층은 생계를 잇기 위해 죽는 날까지 개미처럼 일을 해야한다는 의미다.
 고령층으로 편입되는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나 복지 유지는 쉽지 않다. 현재의 연령대별 인구 구조를 보면 50대(860만명) - 40대(820만명) - 60대(700만명) - 30대(670만명)- 20대(670만명) - 10대(470만명) - 10세 미만(380만명) 순이다. 이미 60대 700만명은 정년이 지나 대부분 은퇴했고 향후 20년간 가장 인구가 많은 50대와 40대 1680만명이 노년층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20년 후 생산의 주력이 될 지금의 10대∼20대 인구는 다 합해봐야 1138만명이다. 
생산 인력, 세금을 내거나 사회적 부담을 짊어져야 할 인구는 급속히 감소하고 재정 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인구는 눈덩이처럼 증가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20∼2060  장기재정전망에서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인구 구조 변화로 국민연금은 20년 후인 2041년에 적자로 전환하고 2056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불투명한 미래, 불투명한 해결책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나가려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고령층 증가 속도를 일자리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 무엇보다 연금개혁이 시급하다. 급격히 불어나는 노인 일자리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연공서열식 호봉급보다는 직무성과급으로 전환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년 60세는 연금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등 여러 사회제도에 영향을 주며 임금 구조나 직급 체계 등 노동시장 전반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년 연장을 촉구했다. 그는 "정년 제도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생산 인구의 수나 사회의 다양한 제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본사=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