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구속심사 앞두고 자택 인근 아파트서 새벽에 추락해 숨져

전날 비서에게 사직서 맡기고 퇴근…경찰, 시신 부검 방침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최재훈 기자 = 대장동 개발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유 씨가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10분께 그가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는 내용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수색작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휴대전화를 지니고 있지 않아 위치추적은 어려웠다.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유 씨는 실종신고 약 2시간 전인 오전 2시께 자택인 아파트 단지를 도보로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오전 2시 55분께 자택에서 200여m 떨어진 아파트 11층에 올라가 약 15분 뒤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 씨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으나 유족들은 유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혔다.

이에 경찰도 아직 유서와 사용했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다만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다.

유 씨는 사장으로 재직해온 포천도시공사의 비서에게 전날 사직서를 맡기고 퇴근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이날 "유 사장이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겼지만 정식 접수되지 않아 대부분 직원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의혹을 계속 부인해온 그는 오는 14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로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