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업무 강도 세지고 미래 불투명… 일자리 홍수에도 퇴직·은퇴 러시
[뉴스분석]

지난 10월 휴·퇴직 420만명 채용은 100만명 뿐
식당 등 접대업 분야 최다…보건 의료업은 30%
"적게 일하고 적게 벌어도 만족" 젊은층 퇴직 붐
각종 인센티브 유혹 불구 복직 외면 구인난 심화

미국이 일자리 홍수 속에서도 유래 없는 퇴직·은퇴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한 미국 연방노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미국 내 각종 기업에서 은퇴하거나 퇴직, 장기 휴직한 사람이 무려 420만명을 넘어섰다. 

가장 은퇴·퇴직자가 많은 업종은 접대업 분야로 전체 근로자의 6.7%가 일자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공연·연예업종(5.3%), 소매업(4.7%) 순이었다. 이밖에 소비재 제조업과 보건의료업종 등도 전체 근로자의 3% 이상이 퇴직·은퇴·장기휴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퇴직 러시는 지난해 초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됐다. 갑작스런 불황이 도래하면서 공장이 문을 닫고 각종 기업들이 축소경영에 나서면서 해고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 제고에 따른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줄었던 일자리는 다시 크게 증가해 기업들이 구인란을 겪는 상태다. 해고됐던 근로자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흔할 정도다.

이처럼 ‘일자리 홍수’ 속에서도 아예 직업을 그만두는 사람이 폭증하는 이유는 호황으로 전환된 경제상황에 따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 업무 강도를 못 견뎌하는 근로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신문은 “여기에다 업종마다 들쭉날쭉한 미래 전망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첨단정보통신(IT) 분야와 중화학공업 자동차산업 기계설비생산업 석유화학 등은 호황 국면으로 전환했지만, 비대면의 일상화로 접대업 소매업 등은 여전히 심각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보건의료업종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다 차라리 직업을 그만두는 편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길이라고 여기는 간호사와 보건복지사 치료보조원 등이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퇴직·은퇴·장기휴직 러시가 벌어지면서 미국 기업들은 심각한 일자리 불균형에 허덕이고 있다. 신규 고용보다 퇴직이 더 많아 기존 일자리조차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420만명이나 일을 그만 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미국 전체기업의 신규고용은 100만여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근로자 계층 사이에 ‘젊은 퇴직’ 붐도 조성되고 있다. 근로자들 가운데 정년을 다 채워 일한 뒤 퇴직하는 고령 은퇴보다 보상은 적더라도 젊은 시기에 은퇴하길 더 원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규직보다 원할 때만 일하는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근로자층이 폭증하는 현상도 벌어진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일자리 포털사이트 글래스도어의 노동시장 분석가인 대니얼 자오는 “각 기업들이 일자리로 돌아오는 근로자들에게 임금 인상과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의 일자리 탈출 러시는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할 바에야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데 만족하는 게 낫다고 여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