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면' 논의 도중 '김경수 동시사면' 변수로 부상

'끼워넣기' 프레임에 감정싸움 양상…與 내부 'MB사면 반대' 목소리 부담

文·尹 회동 전까지 해법 찾을까…인사권 갈등 맞물려 '해법난망'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 해법이 점점 꼬여가는 모양새다.

이제까지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16일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수순을 밟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동시사면론'이 불거지며 변수가 됐고, 설상가상으로 이날 예정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마저 불발되면서 사면 논의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 MB사면 논의 속 '金 동시사면' 변수 돌출

물론 청와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면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면 수용할거라는 보도들이 많았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며 "사면은 그야말로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결론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첫 회동에서 이를 요청한다면 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문 대통령이 대선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는 점, 전직 대통령의 수감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 왔다는 점 등이 근거로 꼽혔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윤 당선인이 회동에서 사면을 건의할 것임을 공론화하며 사실상 사면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 김 전 지사의 사면 문제가 맞물리면서 기류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전 지사의 사면의 경우 문 대통령이 먼저 꺼내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카드다.

문 대통령을 당선 시키기 위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수감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나서서 사면을 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면서 김 전 지사의 사면을 함께 요청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요청이 없을 경우 문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문 대통령의 김 전 지사 사면은 한층 부담스러워진 상황이 됐다는 시선도 있다.

권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가) 문 대통령의 이익을 위해서 (드루킹 여론조작을) 했기 때문에 그냥 놔둘 수 없다. 살려줘야죠"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동시사면'을 단행한다 하더라도, 김 전 지사를 위해 이 전 대통령을 함께 사면한 이른바 '끼워넣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양측 감정싸움에 지지층 반발…'MB사면' 기류도 영향받나

일부에서는 이같은 '동시사면' 논란이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권 의원의 라디오 언급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는 입장에서 할 말이 아니지 않나"라며 "문 대통령이 모욕적으로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 윤 당선인이 취임 하고 직접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여권 내부의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목소리도 심상치 않다.

이탄희 양이원영 의원 등 초선 의원 1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한다"며 윤 당선인을 향해 "사면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대통령이 된 뒤에 직접 책임 있게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이런 움직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 요청을 받을 경우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려있다.

나아가 이같은 기싸움을 거쳐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동시사면'을 건의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도 여권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주변에서는 김 전 지사 사면을 먼저 건의하는 방안에 회의적인 기류여서 여권의 이런 기대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인사권 문제 대립 등의 영향으로 무산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다시 잡힐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만일 회동이 끝까지 잡히지 않고 윤 당선인의 사면 요청이라는 '절차'가 없어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지 나아가 김 전 지사를 사면할지에 대한 결단은 오롯이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숙제가 된다.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