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민주당 정부땐 수사 안했나"…우상호 "그때 수사팀장이 尹"

산업부 블랙리스트, 공무원 월북 곳곳 대립…감사원 감사착수, 野 "사정공안 정국 본격화"

여야, 자체 대응기구로 전면전 나설 듯…경제위기 책임론도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박경준 기자 = 윤석열 정권과 전임 문재인 정부 간 충돌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현 정권이 문재인 정부 당시 의혹이 일었던 사안의 수사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이전 정부의 정책 지우기 등을 실행에 옮기자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여기에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사정공안 정국을 조성하고자 정치보복에 나선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여야가 맞붙은 전선은 역시 검·경 수사 문제다.

특히 이날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여야 간 충돌에 기름을 부었다.

윤 대통령은 17일 출근길에서 취재진에게 "정상적 사법시스템을 정치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과거 정부 수사를)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했던 국정농단 수사가 정치보복 수사였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중앙지검장 시절 적폐수사를 했다. 그때 수사팀장이 윤석열 검사였고 그 오른팔이 항상 한동훈이었다"며 문재인 정권을 향한 수사든, 이재명 의원을 향한 수사든 모든 일의 중심에 윤 대통령이 있었다"고 응수했다.

이 같은 반응은 결국 이명박 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초를 겪은 사례를 본 민주당이 대대적인 저항에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같은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대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기관장 사퇴와 관련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던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이다.

여기에 경찰이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해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을 겨냥한 것도 민주당의 우려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은 20일께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기구를 띄울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야권의 반발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데도 전임 정부를 향해 각을 세우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정권을 잡았으나 여소야대 정국의 영향으로 집권초반 국정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흔적을 지움으로써 반대로 윤석열 정권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의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의 월북 여부 판단을 뒤집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에게 '월북 딱지'를 붙인 사건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당내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자체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하는 등 진상조사를 위한 전면전을 벼르고 있다.

후반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로 내정된 김석기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감춘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며 "(사건과 관련이 있는)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원에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러 첩보 등을 고려할 때 피살 공무원의 월북으로 볼 근거는 충분했다면서 현 정권이 당시 판단을 뒤집은 것에도 안보 이슈를 이용한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의구심을 품는 상황이다.

신구 정권의 대립은 정치적 이슈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등 민생이슈로도 전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7일 한 대형마트를 찾은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 드림팀'을 꾸렸다는데 조금 더 책임 있게 이 상황에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정권의 정책 실패로 인한 물가 상승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새 정부 탓만 하는 유체이탈은 하지 말라"고 했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