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호영 집무 정지'에도 현 지도부 '비대위 존속' 해석…'원내대표 직대' 추진

권성동, '문자 유출' 등 물의로 지난달말 직대 자진사퇴…'구원투수' 재등판하나

지도부 책임론 변수 관측도…27일 긴급 의원총회가 중대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26일 법원의 제동이라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예상치 못한 파국의 혼란 속에서 당장 시급한 지도부 공백 해소를 위해 '권성동 대행' 체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법원이 이날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주호영 비대위 체제'는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당헌상 비대위 전환의 전제 조건인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주요 대목에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일단 현재 지도부는 법원의 이번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면 반발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당 차원에서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당장 주 위원장의 집무 정지로 다시 공백 상태가 된 지도부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현재 지도부는 주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비대위 체제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 아래 직무대행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가처분 결정 내용을 보면 비대위원회는 존속하는 것이고 비대위원장만 직무 정지됐고 비대위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비대위원장의 사고·궐위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동일한 권한을 가진 당 대표의 관련 규정을 준용하면 승계 대상은 원내대표라는 해석이다.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유상범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형태로 법률 대리인들과 의견을 나눴고 이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7월 8일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 직후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대통령실 채용 논란과 관련한 '9급 공무원' 발언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유출 사태 등에 휘말리면서 지난달 31일 사퇴했다.

스스로 직무대행을 던진 지 약 한달만에 '구원 투수'로 다시 거론되는 상황인 셈이다.

당내에서 친이준석계를 중심으로 현 사태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어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 회귀 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연장선 상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권 원내대표 대신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 직무대행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거야를 상대해야 할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원내 사령탑을 교체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과정에서 주효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말을 아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친윤 핵심 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윤 대통령과의 물밑 교감을 시도하며 의견을 모으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대구가 지역구인 주 위원장이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순간 마침 대구 일정을 소화하던 윤 대통령과 함께 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향후 대응을 놓고 두 사람간에 나눈 대화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토요일인 27일 오후 4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수습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번 의총에서 직무대행 체제가 승인될지, 아니면 지도부 책임론이 더욱 거세게 일 것인지에 따라 향후 집권 여당의 진로가 일단락 나느냐 아니면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지 여부가 일차적으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ge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