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적 환경론자…브라질 대권잡자 '열대우림 보호' 약속

지난 집권기에 벌채 급감…극우정권 난개발 제동걸릴 듯

기후변화 대응 희소식…"2020년대말까지 삼림훼손 90% 감소"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남미 브라질 대선에서 친환경주의자인 좌파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아마존 열대 우림의 무분별한 삼림 파괴가 멈출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룰라 당선인은 30일(현지시간) 대선 승리가 확정된 뒤 상파울루에서 한 연설에서 아마존 우림의 불법 벌채를 근절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아마존에서 다시 감시하고 감독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불법행위와 싸울 것"이라면서 "동시에 아마존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집권해온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개발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우림 보존 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미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룰라 재임 기간인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농장이나 목장, 광산 등으로 이용하기 위한 아마존 삼림 벌채는 80% 이상 줄었었다.

룰라 정부는 벌채를 줄이는 것 외에도 약 60만7천㎢의 숲을 삼림 보전 지역으로 설정했다.

상파울루 대학의 아마존 연구 과학자인 카를로스 노브레는 "삼림 벌채가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을 때인 10년 전 브라질은 환경 분야의 영웅이었으나 그 뒤에 악당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꼬집었다.

'열대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극우 정치가인 보우소나루 정권 들어 무차별적인 아마존 파괴가 가속화됐다는 지적이었다.

경제적 우파로서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한 보우소나루 정권은 농지 확보를 위해 광범위한 아마존 열대 우림을 개간하고 삼림을 벌채하는 것을 허용했다.

노브레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정치적 담론은 항상 '삼림 벌채, 금 채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라. 숲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국립공간연구소(INPE)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첫해인 2019년에만 9천700㎢ 정도가 개간됐다. 그 전해보다 30% 증가한 것이었다.

보우소나루 재임 기간에 전반적 삼림 벌채는 50% 이상 증가했다.

노브레는 아마존 삼림 벌채가 현재의 속도로 계속된다면 10년에서 20년 안에 아마존이 사바나(나무가 없는 초원)로 변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룰라는 삼림 벌채를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브라질 대선은 룰라와 보우소나루 후보의 극명한 견해차 때문에 지구의 가장 큰 열대우림인 아마존의 운명을 둘러싼 한판 승부로 시선을 모았다.

기후과학과 정책을 다루는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의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면 아마존의 연간 삼림 벌채는 2020년대 말까지 거의 9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약 60%가 브라질에 있어 이 지역 우림 보존은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방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라질 아마존은 기후변화를 부르는 이산화탄소를 대거 빨아들이고 지구 전체에 산소를 대량으로 내보내는 까닭에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