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기 직후 터져 나온 민심 이반에 '강온 양면 대응' 예상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 아닌 중장기적 완화 대책 낼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하고 한 달여 만에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미중 경제·안보 위기의 갈등과 대립의 파고가 높아지는 속에서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정책이 촉발한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여서다.

무엇보다 시위 현장에서 '시진핑과 공산당 퇴진' 구호가 나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한 이후 25일 우루무치에서, 26∼27일 상하이·베이징·우한 등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이런 구호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우발적이고 산발적인 시위로 보인다.

그러나 터져 나오는 구호 속엔 정치·사회·경제적 불만이 집약된 '민심 이반'이 드러나고 있어 중국 당국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지난달 중국의 5년 주기 최대 정치행사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로 6명의 '충성파' 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을 확보한 시 주석이 초유의 '3연임'을 막 시작한 상황에서 이번 시위 사태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28일 블룸버그통신은 개인 칼럼을 통해 그동안 중국에서 벌어진 시위는 대부분 지역적이고 범위가 제한적인 이슈가 많아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짚었다.

모든 중국인을 옥죄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통신은 그러면서 작금의 중국 내 시위는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통일된' 저항의 표시라고 진단했다.

우루무치 화재 사고는 중국인 대부분에게 그동안 쌓여왔던 대(對)정부 불만과 연결된 모습이다.

우선 화재 사고의 원인이 중국인에게 공감을 준다. 우루무치 화재 때 대형 인명피해의 원인이라고 할 봉쇄 기간 아파트 출입문과 일반주택 현관문 쇠사슬 통제가 중국 내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우루무치 화재 사고가 중국인 누구에게나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음 직하다.

이번 화재가 위구르족 차별 감정과도 연결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화재 사고 다음 날인 25일 우루무치에서 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위구르인들이 모여 사는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의 26∼27일 대규모 시위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 당국은 신장위구르 지역이 분리 독립 위험이 높다고 보고, 수십 년째 강력한 통제 정책과 함께 한족 이주 정책을 펴왔고, 이로 인해 위구르인들의 반(反) 중국의식은 상당하다.

여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도 있어 보인다. 중국 당국의 과도한 통제 조치로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경제는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4%를 기록했으며, 올해 목표치인 5.5%는커녕 3%대 성장률이 예상된다.

중국인 대부분은 올해 들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 부분·전면 봉쇄 조치를 그 이유로 꼽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시위 중에 나온 구호다.

동시다발 시위와 관련된 SNS 영상과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주민들은 우루무치·신장·중국의 봉쇄 해제를 요구하다가 어느 순간 '건강 코드를 원하지 않는다', '자유를 원한다',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은 물러가라'를 외친다.

중국 내 대학가에선 '백지 시위'도 유행하고 있다. 대학 당국이 벽에 쓴 시위 구호에 검정 페인트를 칠하자, 이에 백지 시위로 대항한 것이다. 누리꾼들도 연대의 뜻으로 백지를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지 시위에 대해 "코로나19 강압과 기타 학대에 대한 발언 제한에 대한 상징적인 항의"라고 짚었다.

이제 관심은 시진핑 집권 3기 체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쏠린다.

WSJ은 "시위가 계속된다면 시 주석과 공산당은 무자비한 진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축적해온 모니터링과 안면 인식 기법으로 시위 참가자를 모두 체포해 처벌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민심 다독이기 정책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중국 관영 매체들의 대응도 시작됐다.

관영 통신인 신화사는 중국 당국이 펼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목적은 중국인의 건강과 평화를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필두로 대부분 관영 매체는 공산당과 시 주석의 방침은 옳기 때문에 믿고 따라야 한다는 캠페인성 기사를 게재하는 한편 이전과는 다소 유화적인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 11일 코로나19 방역의 유연화 내지 완화 방안이 담긴 '20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각 시·성·자치구도 후속 조치를 내놓고 있다.

중국 현지에선 이번 동시다발 시위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전면적인' 제로 코로나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20개 조치의 후속 조치를 중장기적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