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저지 안 해' NBC 등도 함께 제소…코스비측, 혐의 부인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에서 한때 '국민 아빠'로 불리다가 수십 건의 성범죄 의혹을 받고 추락한 코미디언 빌 코스비(85)가 또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고 블룸버그 등이 6일 보도했다.

이번에는 1980년대 인기 시트콤 '코스비 쇼'(한국 방영명 '코스비 가족 만세')에 단역으로 등장했던 여성 출연자 등 5명이 코스비에게 과거에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지난 5일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코스비가 '코스비 쇼'의 명성을 악용해 자신들에게 조언해준다는 명목으로 접근, 성적으로 강압적인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코스비 쇼' 방영과 제작에 관여한 NBC유니버설, 카우프만 아스토리아 스튜디오 등도 함께 고소했다.

이 회사들이 "코스비가 여성들을 상대로 일련의 성적 학대를 저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범죄를 묵과하고, 장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소송을 낸 사람 가운데에는 할리우드에서 중역으로 활동한 신드라 라드도 포함됐다.

1969년부터 코스비와 친구로 지냈다는 그는 어느 날 밤 코스비와 함께 영화관에 갔을 때 그가 준 알약을 먹고 의식을 잃은 뒤 코스비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밝혔다.

코스비의 변호인은 이번 소송과 관련, 혐의를 부인하면서 원고들이 돈을 노리고 의혹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뉴욕주가 성폭력의 성인 피해자들도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1년간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을 지난달 발효한 덕분에 가능해졌다. 이 특별법이 시행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여 년 전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

흑인인 코스비는 '코스비 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거의 50년에 걸쳐 50여 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며 추락했다.

코스비는 2004년 자택에서 스포츠 강사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2018년 9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작년 6월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당시 법원은 코스비가 공정한 사법 절차를 누리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지난 6월에는 47년 전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돼 6억5천만 원 상당의 배상금을 물기도 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