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3월 방일 이어 기시다 7∼8일 방한…징용 문제도 논의될 듯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서울을 찾기로 하면서 약 12년간 중단됐던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2일 기시다 총리가 7일 한국을 방문해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국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통해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복원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일 셔틀외교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합의했으나,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으로 1년 만에 중단됐다.

이어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가 복원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셔틀외교와 다자간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이 빈번하게 열려 한일 정상이 매년 4∼6차례씩 대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 땅을 밟으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했고 셔틀외교도 멈췄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의 방한과 그해 12월 이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은 일본과 셔틀외교를 복원해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에 따라 양국 관계 개선과 셔틀외교 재개에 속도를 냈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발표했고, 윤 대통령은 열흘 뒤 일본을 찾아 기시다 총리와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했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오는 19∼21일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두 달도 안 돼 답방하면서 셔틀외교가 완전히 복원되게 됐다.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한국 방문과 관련해 "한일 관계의 가속과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셔틀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싶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셔틀외교 재개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하면서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대응한 안보 상황과 반도체 공급망 등 경제안보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후 양국은 외교·국방 당국이 참여하는 '2+2' 형태의 국장급 외교안보 대화를 5년 만에 재개했고,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기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오는 3일 서울에서 경제안보대화 출범 회의를 갖고 공급망과 첨단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교도통신은 "양국 정상이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의 위협에 따라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의 가속을 확인할 것"이라며 "일본에 의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해제에 따라 경제안보 분야의 연계도 협의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정보 공유 등에서 협력을 심화할 여지가 있다"며 "반도체 공급망 등 경제안보 협력도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시다 총리가 사죄나 반성을 새롭게 언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판결금을 지급하기로 한 한국 해법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