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 18년간 팀 이끌어온 감독에 책임 물어 전격 경질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명문 사학 노스웨스턴대학이 스포츠 팀내 동료간 괴롭힘·성적 비행·인종차별 관행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시카고 언론과 스포츠전문매체 ESPN 등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학 마이클 쉴 총장은 전날 이 대학 미식축구팀을 18년째 이끌어 온 팻 피츠제럴드(48)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미식축구팀 내에서 수년간 지속된 후배 길들이기 관행·성적 비행 등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의 불똥이 피츠제럴드 감독에게 튄 것이다.

이 대학 미식축구팀의 전·현직 선수 11명은 지난 겨울 "고학년 선수들이 경기에서 실수하거나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후배들을 락커룸에서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관행이 있다"고 고발한 바 있다.

대학 측은 자체 조사를 벌여 지난 7일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를 막지 못한 피츠제럴드 감독에게 2주 무급 휴직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3명의 전직 선수들이 지난 10일 대학신문 '데일리 노스웨스턴'을 통해 "피츠제럴드 감독이 사실을 알면서 개입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모르고 있었던 것도 감독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피츠제럴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인종차별적으로 팀을 운영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 팀에서 뛴 레이몬 디아즈 주니어는 "백인이거나 백인처럼 행동하거나 나와 같은 인종(라틴계)을 비웃는데 익숙해져야 했다"고 진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명은 피츠제럴드 감독이 늘 '노스웨스턴대학 방식'(Wildcat Way)을 강조하면서 흑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 드레드록스(땋은 머리) 또는 긴 머리를 단정히 자르도록 요구했으며 흑인 선수들이 후드티를 입거나 갱스터처럼 걷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발언들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명은 "흑인은 주로 수비수, 백인은 주로 공격수로 배치돼 일종의 흑백분리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 "피츠제럴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비(非)백인 학생들에게 했다는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 대학의 문화와 가치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파문이 급속히 확산하자 전격적으로 피츠제럴드 감독 해고 결정을 내렸다.

피츠제럴드 감독은 전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미식축구 메이저 컨퍼런스 중 하나인 '빅 텐'(Big Ten)에 속한 노스웨스턴대학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2001년 모교 미식축구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했고 2006년 감독에 올랐다.

통산 전적 110승 101패, 18년간 10차례 보울경기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노스웨스턴대학 미식축구팀의 상징인 셈이다.

일부 현역 선수들은 "문제를 제기한 선수들의 주장이 과장되거나 왜곡됐고 심지어 거짓말도 섞여있다"며 피츠제럴드 감독 지지 성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스웨스턴대학 스포츠 프로그램에 몰아친 광풍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기세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 와중에 이 대학의 야구팀 전·현직 선수들은 작년 가을 부임한 짐 포스터(51) 감독이 여성 스태프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또다른 스태프들을 괴롭히거나 학대했다며 조사를 요구, 대학 측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포스터 감독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미국 육군사관학교 야구팀 감독을 지내고 노스웨스턴대학에 영입됐다.

파문이 확산하자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문제"라는 입장을 표했고 일리노이대학 미식축구 선수 출신 캠 버크너 주하원의원은 "'학생 운동선수' 권리장전 마련이 시급하다"며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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