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기온 1850∼1900년 평균보다 2.06도 높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17일 지구 표면 온도가 과학자들이 설정한 '기후변화 한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이기는 하나 관측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시대 이전의 평균 기온보다 2도 넘게 오른 것이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의 서맨사 버제스 부국장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11월 17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서 얻은 잠정 ERA5(5세대 국제 기후대기 재분석) 지구 기온은 1991∼2020년보다 1.17도 높았다"고 적었다.

버제스 부국장은 "우리가 가진 최선의 추정치는 이날 지구 기온이 1850∼1900년(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도 이상, 즉 2.06도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지구 표면 온도가 2도 넘게 올라간다면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고 경고해왔다.

이를 근거로 세계 각국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단 하루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해서 기온 상승을 제한하려는 노력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온도 상승 폭이 2도를 넘었다고 판단하려면 몇 달, 몇년간의 기록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지구 기온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구가 불길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지구 온난화가 잠시나마 과학자들이 경고한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으로, 이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도 지구가 얼마나 빨리 더워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술회사 스트라이프 앤 버클리 어스의 기후 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는 WP에 "'2도'를 넘은 단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읽어서도 안 되지만, 이는 2023년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극단적인 지구 기온 수준에 대한 놀라운 신호"라고 말했다.

이미 지구 기온은 7월, 8월, 9월, 10월에 각각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2023년 기온이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6년을 넘어서고, 12만5천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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