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대비 "대미협상 우선순위 전략적으로 세워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인 '동맹 경시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불안에 휩싸인 모습이다.

그의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발언은 지펴지던 우려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언급은 나토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유럽 국가들이 충격에 빠졌다.

동맹을 거래 상대로 보고 최대한의 비용을 받아내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는 한국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재집권시 주한미군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고리로 한 격랑이 또다시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무임승차론' 기반 방위비 증액 압박 재연 우려

전문가 사이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다면 1기 당시보다 한층 정교한 의제·논리와 강한 정책 추진력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기 때는) 기존의 전문가 그룹을 썼고 이들 중 많은 수가 트럼프에게 속으로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피즘이 2016년에 비해 훨씬 공화당의 주류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많아졌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들이 미국에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미국의 대(對)한국·일본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그의 생각은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는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전언에서 드러난다.

재집권 시 방위비 증액 압박이 재연될 수 있다. 한미는 2026년부터 적용될 차기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조기에 착수하기로 하고 협상대표 인선 등 실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의식해서라는 평가다.

박원곤 교수는 "내년 12월까지인 기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와 상관없이 연합훈련 비용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따로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미일 동맹은 트럼프 입장에서도 대중국 압박에 필요하고 이미 방위비 분담률도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나토 동맹만큼 강력한 압력에 노출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동맹은 강력한 지지층을 형성해뒀고 제도화가 잘돼 있어 동맹 근간에 치명적 손상이 갈 수 있는 결정을 트럼프가 관철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해온 것은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을 압박하려는 면이 있다"면서도 "동맹을 와해하겠다는 것보다는 동맹에게서 최대한 얻을 걸 얻어내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1기 겪은 韓대응은… "협상 우선순위·반대급부 전략적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이 대미 협상의 우선순위를 정교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명현 연구위원은 "반사조건적인 우려를 갖기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뭘 원하는지, 즉 그가 미국 우선주의자라는걸 아니까 우리도 그에 맞게 대미 전략을 수립하고 그 안에서 우리 우선순위가 뭔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천 교수도 한국이 지켜야 할 핵심 국가이익을 명확히 하고 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에 양보할 수 있는 것을 차등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는 전략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줄 것은 주고 지킬 것은 지키는 협상을 해야 한다. 적재적소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측 방위비 분담이 커지더라도 주한미군 철수 등 동맹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것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원곤 교수는 "(방위비를 더) 안 주려고 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거고 최소로 협상해서 주긴 주되 대신 거기에 대한 반대급부를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반대급부' 예시로 들었다.

한편으로 한국 정부 입장에서 최대한 지켜야 할 것으로는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꼽았다.

그는 현재 자리를 잘 잡아가는 NCG 제도가 흔들리면 "방위비 분담뿐 아니라 한국의 핵무장과도 연계되고 복잡해진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흔들지 못하도록 한국이 사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