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할아버지 정치인' 전성시대

[집중분석]

10대 인구 大國 중  8개국 리더 70, 80대
선거 임박 인니·파키스탄 합치면 10개국

독재 장기집권 주원인, 기성 정치인 유리
젊은층 정치 무관심, 초래 변화 대처 못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령 리스크가 선거전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81세이고,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77세이고, 대선일인 오는 11월 5일에는 78세가 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로 제기됐던 건강 상태와 인지 능력에 대한 우려는 최근 그를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표현한 특별검사 보고서로 급격히 커져 나이가 재선에 최대 위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독재자 장기 집권이 원인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세계 지도자들에게, 70세는 새로운 50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은 노년기 정치인 전성시대라면서 이는 미국에서 뿐만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인구 대국 10개국 가운데 70세 이상의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1개국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개국으로, 세계 전체 인구의 최소 절반이 70대와 80대인 사람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2개국인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도 이번 달 치러진 선거를 통해 70대 대통령과 총리를 각각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이처럼 노년의 정상들이 많아진 배경으로 독재자들의 권력 장악력이 커진 한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 이기려면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신인보다는 후원자 네트워크를 갖춘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금 등 기성 정치인 유리

중국의 경우 올해 71세가 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2년 집권 3기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건국 이후 첫 3연임 국가주석이 되면서 독보적인 1인 장기 집권 체제를 완성했다.
1999년 47세의 나이로 처음 권력을 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총리를 지낸 2008∼2012년을 포함해 지금까지 거의 25년간 실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유럽은 미국보다 평균연령이 높지만 젊은 지도자들의 등장이 훨씬 손쉽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9살에 최연소 대통령이 됐고 올해 34살의 총리를 임명했다. 조르쟈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2022년 45살에 총리가 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46살이다.

◆향후 15년까지 끄떡없을 것

정치학자들은 인공지능과 기후 변화 등 21세기의 급속한 변화에 늙은 지도자들이 잘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그러면서 고령의 할아버지 세대의 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젊은 층이 정치에 무관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낮아지면 정치 지도자들이 젊은 층의 관심사를 덜 주목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케빈 멍거 펜실베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10~15년은 더 베이비붐 세대 지도자들이 힘을 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학자들은 "민주국가든 아니든 전 세계에 걸쳐 신생 정당과 신인 정치인 진입 장벽이 높은 곳이 많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들과 세계가 변하는 속도를 고려할 때 젊은 지도자들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이렇게 적다는 것은 우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82% "바이든 너무 늙어" 59% "트럼프 너무 위험"

美 경합주 유권자 여론조사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주 유권자 10명 중 8명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너무 늙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권자 10명 중 6명 가량이 '위험하다'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권자 82%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47%가 각각 '너무 늙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4개 사안으로 형사 기소돼 본격 재판을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경합주 유권자의 59%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위험하다'는 답변이 4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