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캘리포니아주 운전면허 갱신 '온라인 필기시험', 한인 고령자들에겐 '그림의 떡'

[뉴스포커스] 

한국어 없고 영어로 교육 들어야 해...시험은 어려워지고 번역도 이상해

수십년 운전에도 불합격 시니어 많아

가주 새 교통법에 따라 올해부터 70세 이상 시니어들도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차량국(DMV) 사무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지만 많은 한인 시니어에게 이 규정은 사실상 '그림의 떡'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필기 시험이 영어만 있고 한국어로는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LA한인타운에 사는 79세 김모씨는 "올해부터 온라인으로 필기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한국어 시험 옵션이 없었다"며 "한국어로도 이미 23번이나 떨어졌는데 영어 시험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DMV는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필기시험을 35개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운전면허를 처음 신청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험이다. 갱신의 경우 일종의 안전운전 교육과정인 'eLearning course'를 택해야 하는데 이는 영어로만 제공된다. 할수없이 김씨는 한국어 시험을 보기 위해 예약을 하고 DMV 사무소를 직접 가야 했다.

그러나 스물네번째 도전에도 낙방이었다. 김씨는 "제가 공학박사 출신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해도 수십년 넘게 운전을 했구요. 그런데 한국어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들이 많았다"며 "그 문제들이 운전능력이나 안전한 운전자가 되는 것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김씨가 들려준 문제에는 "핸들을 한손으로 잡았다가 다른 손으로 옮겨잡는 운전법을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같은 황당한 질문이 있었고 "연석이 있는 오르막인 언덕길에 파킹할 때 핸들은 어떤 방향으로 돌려 놓아야 하는가?" "언덕이나 오르막길을 앞두고 앞 차량을 추월하려면 오르막길 몇 마일 전에 추월해야 해야하나?"와 같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문제들도 있었다.
김씨는 결국 딸에게 부탁해 DMV 웹사이트에서 연습문제 4개 세트를 출력해 밑줄을 그어가며 외우고 외워 25번만에 시험을 패스하고 운전면허를 재발급받았다.

근래들어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필기시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한인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한인타운 비자운전학교의 조성운 대표는 "몇년 사이 필기시험 문제가 일부 바뀐 후 탈락률이 높아졌다"면서 "특히 한국어 번역이 이상해 한국어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들이 적지 않아 낭패를 본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인 시니어 뿐만이 아니다. LA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최근 운전면허 갱신과 관련 시니어 독자들의 불만 이메일이 매일 쏟아지고 있음을 전하며 '시니어 운전자가 전한 필기시험 꿀팁'을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필기시험이 너무 어려워 서너번 떨어지는 건 보통이라며 어려운 문제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의 글이 넘쳐난다.

조성운 대표는 "마음은 청춘이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시력 검사에서 떨어지는 분들도 많다"며 "주변에서 시험에 떨어지고 컴플레인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운전을 못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지금부터 가끔씩 버스나 지하철을 타보고 우버도 이용해볼 것을 조언한다"고 전했다.  한편, 가주 새 교통법에 따르면, 70세 이상 80세 미만 시니어 운전자들이 온라인으로 'eLearning course'를 택해 집에서 필기시험을 볼 수 있지만 시력 검사를 위해선 DMV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필기시험에 떨어진 후 재시험을 보고 패스하지 못하면 운전면허를 30일 연장해준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