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부부 10쌍 중 3쌍 이상 '수면 이혼'…금슬 나빠서가 아닌 숙면 위해 각방서 따로 자

[생·각·뉴·스] 

코골이, 잠 버릇 등으로 관계 균열 잦아
'침실 따로' 부부관계 외려 좋아지기도
'한방=행복, 각방=불화', 고정관념일 뿐

"남편이랑 한 침대에서 주무시나요?"
가끔씩 만나는 한인 부부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더니 10쌍 중 3쌍 정도가 한 방이지만 다른 침대에서 자거나 아니면 각방에서 따로 잔다고 답했다. 미국인 부부 통계도 그렇다. 미국수면의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부의 35%가 가끔 혹은 지속적으로 각자의 방에서 따로 잠을 잔다고 답했다. 이유는 부부 금슬이 나빠서가 아니라 잠을 편안히 자기 위해서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에서 부부가 각방에서 잠을 자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 늘고 있다며 각방에서 따로 자면서 외려 부부관계가 좋아진 사례를 소개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16년차 부부인 40대 중반의 남편 라이언 피어슨과 아내 엘리자베스 피어슨은 결혼 기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남편은 1층, 아내는 2층 각자의 공간에서 잠을 자고 있다. 아내 엘리자베스는 "남편은 전기톱처럼 코를 골며, 다리 불안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매일 아침 남편에게 화를 내며 잠에서 깨는 것이 관계의 균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더 나은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부부가 각방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코골이다. 인간은 소음이 35데시벨을 넘으면 잠을 설치는데, 코 고는 소리는 평균 50~60데시벨로 헤어드라이어 소음에 맞먹는다.
부에나파크에 사는 60대 중반 한인 여성 김모씨도 남편과 따로 자기 시작한지 10년이 넘는다. 김씨는 "밤 10시쯤이면 잠을 자는데 남편은 유튜브나 TV를 보다가 자정이 넘어 잠을 잔다"며 "자정 넘어 방에 들어와 부시럭거리면 잠이 깨고 남편도 미안하니까 따로 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단 잠을 방해받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좋다"며 "따로 잔다고 해서 얘기를 안하거나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각기 다른 침대를 쓰는 추세는 미국 만이 아니다. 한국도 한 침대를 쓰는 부부가 절반도 안 되는 42%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대표적 노령 국가인 일본은 100세 시대 행복한 노년을 위한 주거 형태로 '1인 1방'을 제안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부부가 각자 방을 하나씩 써야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고 부부라도 각자 독립적인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각방 예찬'을 쓴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한 방=행복, 각방=불화'라는 부부 침실을 둘러싼 고정관념에 대해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부부의 의지이지 한 침대 쓰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 조상들도 예전엔 부부가 안방과 사랑방에서 따로 지냈다.
수면 전문가들도 "수면 이혼이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각자의 공간을 가짐으로써 자유를 존중해주고 부부관계를 개선해줄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