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4대 총선 이후 최고치 67% 기록…사전투표율도 역대 최고

여야, '심판론'으로 투표 독려…호남 평균 이상, TK 평균 이하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4·10 총선 투표율이 3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높은 사전투표율과 각 당이 내세운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지지층에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번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에 달했고, 여야가 극한 대결 속에 내세운 '심판론'이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불러냈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투표 마감 결과 전체 유권자 4천428만11명 가운데 2천966만2천313명이 투표에 참여, 67.0%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총선(66.2%)보다 0.8%포인트(p) 높은 수치이고,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다.

총선 투표 열기는 사전투표 참여율로 예고됐다. 이번 사전투표는 지난 총선보다 4.6%p 높은 3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사전투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보수 유권자들도 정치권의 사전투표 독려, 수검표 절차 도입 등으로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한 결과로 보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일 당일 본투표율 자체는 지난 총선보다 낮았지만, 사전투표율 자체가 높다 보니 이를 상쇄하고도 더 높은 수치가 나왔다"며 "사전투표 24시간 CCTV 공개, 수검표 도입 등 신뢰성 강화 조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가 각각 선거 전면에 내세운 '심판론'이 유권자들의 '분노 투표'를 불러일으켜 투표율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유권자들에게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이에 대응해 국민의힘은 범죄자들을 심판해야 한다며 '이·조(이재명 조국) 심판론'을 내세웠다.

비록 심판의 대상은 다르지만, 거대 양당 모두 지지층과 중도층에게 심판을 위해 투표장에 나서달라고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유권자들 사이에서 '분노 투표'가 이뤄질 때 투표율이 높게 나타난다"며 "양당이 각각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서는 유인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에선 투표율이 평균 이상이었다. 전남(69.0%), 광주(68.2%), 전북(67.4%) 등으로, 이들 지역 모두 4년 전 총선보다 투표율이 높았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TK(대구·경북)는 평균 이하였다. 대구(64.0%)는 제주(62.2%)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투표율이 낮았고, 경북(65.1%)도 평균 이하였다. 대구와 경북 모두 지난 총선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k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