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도 뚫리나
호르무즈 봉쇄땐 기름값 130달러도
연일 치솟는 금값 2500달러 전망도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14일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1원30전 오른 1375원40전에 마감했다. 한 주 전과 비교하면 22원60전 높은 수준으로,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원50전) 이후 17개월 만의 최고치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까지 고조되면서다. 더욱이 이달 들어 원화 가치 하락 폭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유독 큰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일 기준 달러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1.69%)이나 이스라엘의 셰켈(-1.54%)보다도 높은 하락률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한 때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연준의 광폭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졌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환율은 단순히 원화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서 "원화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도 있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여력이 있다"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유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란 영토에 공격했다. 앞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서 12일 뉴욕상업거래소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한편, 안전 자산인 금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2440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