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으론 처음…"정치적 박해" 주장
대선 갈길 바쁜데 6주간 매주 4일 법정 출두
성추문 입막음 돈 주고 회사 장부 조작 의혹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형사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을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급하고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으며 이날부터 한 달 넘게 재판을 받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자신의 형사 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15층 법정에 도착했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이 같은 일은 전에 일어난 적이 없고, 법학자들도 말이 안 되는 사건이라고 한다"며 "이것은 정치적인 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미국을 향한 공격이다. 나는 여기 있는 게 자랑스럽다. 이것은 진정 정적을 향한 공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했다며 34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 4건 중 하나다. 11월 대선 이전에 재판 일정이 확정된 형사사건은 이 건이 유일하다.

이날 재판 시작과 함께 트럼프 측 변호인은 담당 재판관인 후안 머천 판사의 딸이 민주당의 정치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머천 판사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담당 판사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했지만, 머천 판사는 딸의 이력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재판 윤리위원회 판단을 근거로 기피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역사적인 재판이 개시된 이날 맨해튼지방법원 인근에는 새벽부터 많은 취재진이 몰려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일부 취재진은 방청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섰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경찰은 법원 주변에 철제 펜스를 쳐 취재진과 지지자 또는 항의 시위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재판 첫날인 이날부터 첫 주간에는 12명으로 이뤄지는 배심원단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선정 과정에서 이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형사사건 피고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6∼8주로 예상되는 재판 일정 내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기간 야간 시간대에 선거 캠페인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