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과학이 살려낸다" 사망후 자신의 시신 냉각 보관
[생각뉴스]
만성질환 사망 女, 호주에서 두 번째
사후 시신 냉동 계약 3000여명 달해
계약금 수십만불 냉동캡슐서 '동면'
전문가들 "그런 기술 없어" 비판도
호주 멜버른에 사는 한 여성이 만성질환으로 숨지기 전, 자신의 시신을 냉동 보존하기로 하고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 여성은 “미래의 과학이 나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같은 계약을 맺고 지난 4일 사망했다. 여성의 시신이 호주의 시신 냉동 보존 업체인 ‘서던 크라이오닉스’에 의해 냉각돼 영하 196도로 보존된 상태로 남아있다.
뉴사우스웨일즈 주에 위치한 서던 크라이오닉스는 극저온 보존 기술을 통해 시신을 액체 질소로 채워진 시설 안에서 장기간 냉동 보존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단순히 시신을 냉동 상태로 보관하는 것을 넘어, 사망 직후 장기와 세포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뇌 및 세포의 손상을 막는 조치를 취한 뒤 냉동 보존해 이후 시신을 해동하면 생전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시신을 냉동 보존한 것은 지난해 5월 첫 번째 사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같은 ‘냉동인간’ 기술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에팅어가 1962년 저서 ‘불멸의 가능성’에서 처음 제안했으며, 이후 1967년 UC 버클리대 심리학 교수인 제임스 베드퍼드가 사망한 뒤 인류 최초의 냉동인간이 되면서 시작됐다.
이같은 시신 냉동 보존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은 “환자를 생체의 상태로 냉동 보존한 뒤 미래에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에 다시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의 ‘마지막 4할 타자’로 불리는 테드 윌리엄스, 중국의 유명 작가 두훙 등의 시신이 이 재단의 시신 냉동 보관소에 보존돼 있다. 2002년 사망한 테드 윌리엄스는 머리와 몸체를 분리시킨채 보관중인 것으로 밝혀져 큰 파장을 일으킨 바있다.
최초의 냉동인간은 간암 선고 후 시한부 인생을 살던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다. 그는 1967년 체내의 혈액을 전부 제거한 후 동결보호제를 체내에 주입해 액체질소를 채운 영하 196도씨의 금속용기 안에서 동결됐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호주 등 몇몇 국가에서 관련 업체가 운영 중이며 총 600여명의 시신이 냉동 보관되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 사후 시신 냉동을 계약한 사람들이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수십만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의 사체를 냉동 보존하는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그러나 ‘냉동인간의 부활'둘러싸고 과학적·윤리적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시신에 특수 화학 물질을 주입해 뇌 및 세포의 손상을 막는다는 기술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맬버른대의 샤프론 브라이언트 박사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구성된 인체의 장기를 같은 화학 물질로, 같은 방식으로 냉동 보존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며 "이같은 기술이 가능하다면 장기 기증자 부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쓰이고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기술임에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미끼로 내걸어 거액이 드는 시신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