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년 부시 대통령 외국인 숙련 인력 확보 목적 시작…수수료 100배 인상 IT 업계 충격파

[뉴스해설]

매년 8만5000개 제한, 추첨으로 선발
지난해 무려 75만8000여명이나 신청
백악관 "신청 늘려 시스템 악용" 주장
70% 인도 출신, 韓 3983명으로 5번째

트럼프 정부의 대폭적인 H-1B 비자 수수료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크다.
H-1B 비자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 의학,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고급 외국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1990년 마련됐다.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외국의 숙련된 인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이민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비자로는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 및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특히 외국의 많은 공학 인재들이 H-1B를 통해 미국 기업에 취업한 뒤 장기간 미국에서 거주해 왔다.
미국 빅테크 업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 중에도 H-1B 비자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경우가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지난해 “H-1B 비자가 없었다면 내가 스페이스X, 테슬라 등 미국을 강하게 만든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며 “H-1B가 외국의 두뇌를 유치해 미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을 번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인 브라질 출신의 마이크 크리거, 인도 출신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H-1B 비자 수혜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H-1B 비자로 미국에 정착했다. 1996년 슬로베니아에서 관광비자로 미국에 온 멜라니아 여사는 이후 H-1B를 발급받아 모델로 활동했다.
H-1B 신규 발급은 매년 8만5000개(학사 이상 6만5000명, 석박사 2만 명)로 제한되지만 통상 신청에는 수십만 명이 몰린다. 지난해에는 75만8000여 명이 신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신청 건수를 크게 늘려 추첨을 통해 진행되는 비자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H-1B가 가장 많이 발급된 국가는 인도다. 지난해의 경우 약 70%가 인도 출신에게 발급됐다. 인도 다음으로는 중국(11.7%)이 많았다. 한국의 H-1B 발급 건수는 연평균 2000명 내외인데 지난해에 이보다 훨씬 많은 3983명(1.0%)이 이 비자를 발급받아 5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표참조>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H-1B 비자 보유자는 약 73만명이다. 이는 미국 전체 피고용인 수(올해 9월 기준 1억6천300만명) 대비 0.45% 수준이다. 뒤집어 말하면 미국 전체에서 고용된 사람 중 H-1B 비자를 받아 고용된 사람은 200명 중 한 명 꼴에도 못 미친다.
근로자의 직업으로 보면 '컴퓨터 관련'이 63.9%를 차지해 압도적 다수였다. 성별 비율은 남성 63%, 여성 37%다. .
올해 6월 30일까지 가장 많은 H-1B 비자를 할당받는 데 성공한 기업은 '아마존닷컴서비시즈'로, 1만44명분을 확보했다.
H-1B 승인 건수가 많은 지역을 고용주 기업의 위치로 따져보면 세계 테크업계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단연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