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승용차 자유롭게 드나들어…제3자 통한 외부접촉 가능성도
조건 위반하면 다시 구속…이 전 대통령 측 "보석조건 충실히 지킬 것"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법원이 이명박(78) 전 대통령을 석방하면서 '가택 구금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하고 엄격한 보석조건을 내걸었으나 이 같은 조건이 제대로 지켜질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전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면서 주거지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제한했다. 또 변호인과 직계 혈족 외에는 접견·통신도 금지했다.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과 만나거나 전화·서신·팩스·이메일·휴대전화·문자메시지·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얘기다. 가족이나 변호인 등 제3자를 통해 접촉하는 것도 금지된다.

법원은 보석 결정 당시 사실상 '자택 구금'에 가깝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이를 수용할지 이 전 대통령 측이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내건 까다로운 보석조건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경찰이나 재판부가 엄격하게 감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3자를 통한 접견이나 통신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보석결정문에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이 가족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통신이 금지된 인물들과 접촉하더라도 경찰은 가족들의 통신기기 등을 수색할 권한이 없다.

자택에 머무는 이 전 대통령의 가족 중 누군가가 외부로 서류나 편지를 반출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이 귀가한 이후 법원이 정한 접견 제한 조치가 지켜지는지 엄격하게 감시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난 날인 6일 오후 7시 10분께 한 배송 기사가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스티로폼 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상자를 전달한 뒤 나왔다.

이후에도 탑승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차가 이틀 동안 4∼5차례 드나들었지만, 탑승자 신분을 파악하는 절차는 차고 밖에서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차고 안쪽에서 차량 탑승자 신원을 확인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원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자택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경호처에서 기록해서 법원에 알리는 방식으로 확인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매일 1차례 이상 이 전 대통령이 보석조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도록 서울 강남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아직 어떤 식으로 조사할지 방침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자택에 방문조사를 할지, 하게 되면 언제 할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방문조사 시 접견 신청을 해야 하는지도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문 조사를 한다고 해도 보석조건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는 힘들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감청하지 않는 한 이 전 대통령이 가족의 휴대전화로 제3자와 통화하는지 검찰이 감시할 수는 없지만, 만약 제3자와 접촉한 것이 의심되면 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할 수 있다"며 "조건을 어기면 다시 구속될 수도 있는데 조건을 어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강 변호사는 또 "변호인이나 가족을 통해 제3자와 접촉하는 것은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증거 인멸을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만일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이 취소돼 재구속된다면 구속이 가능한 최대 기간은 만기일까지 남아 있던 34일이 된다.

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