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문회 증인·일정 놓고 힘겨루기…점점 커지는 '청문회 무산 가능성'
법사위,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없이 개의 직후 산회…내달 2∼3일 청문회 난망
청문회 불발시 '조국 임명' 수순 가능성…정기국회 시작전부터 험로 예고
靑 "국회, 예정된 청문회 열어 법 준수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임형섭 이은정 기자 =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청문회를 사흘 앞둔 30일에도 증인 채택과 청문 일정을 놓고 막판 절충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서로를 향한 책임 공방에만 골몰하면서 조국 청문정국은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전체회의를 개의했지만,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논의조차 없이 곧바로 산회했다.

법사위가 이날마저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에 실패함에 따라 이번 주말 계획서가 의결되지 않는 한, 9월2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조 후보자 청문회는 현실적으로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는 일단 대화의 창구는 열어놓는다는 방침이지만, 핵심 쟁점인 조 후보자 가족의 증인 채택을 놓고 절대 불가를 못박은 더불어민주당과 관철에 사력을 쏟고 있는 자유한국당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은 일정 연기에 반대하며 내달 3일까지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선 반면 한국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내달 2일을 넘겨서도 다시 열흘간 시한이 있다며 연기를 주장해 정국 휘발성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임명동의안 제출일부터 20일 이내 청문을 마쳐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이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합의 준수 거듭 촉구하며 이후 법이 정한 대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청문회가 무산되면 형식적인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절차를 진행한 뒤 임명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회는 9월 2∼3일 양일간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를 합의했다"면서 "국회는 약속한 일정대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반드시 열어 법을 준수하라"고 밝혔다. 재송부 요청 이후의 상황에 대해선 "그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일단은 내달 2∼3일 청문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지켜본 뒤 3일을 포함해 얼마의 추가 송부 기간을 부여할지 청문회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선거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조 후보자 청문회까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내달 2일 개회하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험로를 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청문회 보이콧 속내를 마침내 드러낸 것이라며 예정된 일정대로 청문회를 강행해야 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국당은 처음부터 청문회를 보이콧하려고 작정하지 않았나 한다"면서 "민주당은 반드시 9월 2∼3일 인사청문회 일정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조 후보자 가족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한 데 대해서도 "마침내 한국당의 청문회 본색이 보이콧이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가족을 볼모 삼아 청문회를 보이콧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정 시한을 넘긴 다음 달 3일까지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한 합의 자체가 양보인데, 증인 문제로 걸고넘어지는 것은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는 꼼수"라며 "청문회 일정은 절대 물러설 수 없고, 여야 합의 시한을 넘긴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여야가 극적 담판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국민청문회 등을 추진해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고 조 후보자 임명 수순을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당은 의혹 규명을 위해선 조 후보자 가족의 증인 신청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위해선 청문회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청문회법상 20일 안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 열흘 이내의 기간을 정해서 (청문보고서를) 다시 요구하게 돼 있다"며 "그런 셈법이라면 9월 12일까지 얼마든지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이 맹탕 청문회를 하거나 청문회를 무산시키고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여당은 증인 없는 청문회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부산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여는 데 이어 주말인 31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열고 조 후보자 임명 강행에 반대하는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

바른미래당은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한 증인채택을 압박하며 일정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말에라도 조속히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협상을 진행하자"며 "민주당이 안건조정을 신청한 것은 조 후보자 가족의 증인 채택을 방해하기 위한 꼼수다. 인사청문 절차는 순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조 후보자 역량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지만, 국민의 신임이 있어야 개혁을 할 수 있다"며 "한국당이 청문회 기회까지 봉쇄한다면 한국당은 제1야당 자격이 없다"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