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어렵고…입으로만 '참정권 확대'

[뉴스초점]

7월 양당 대표 합의 불구, 법 개정 논의 손놓아
민주당은 선관위 탓, 국민의힘은 실시 여건 탓
선거 유불리 다른 속내에 재외국민 권익 또 외면

내년 3월 차기 대선에서도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이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우편투표제 도입을 포함한 재외국민 선거제도 개선에 합의했지만, 여야가 유불리를 따지느라 관련 법 개정에 사실상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재외국민 참정권 확대와 권익 향상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LA를 방문한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회 방문단의 김석기 위원장과 태영호 의원 등도 재외국민 우편투표제가 내년 대선에 도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안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과 투표 편의 보장을 위해 선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공감했지만, 여야의 다른 속내 탓에 별다른 진척을 이루지 못한 채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정기국회 때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편투표제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외교공관에 설치된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 투표하는 릫직접 투표릮만 허용하고 있다. 외교공관이 없어서 투표 기회 자체가 봉쇄된 국가는 수교국 191곳 중 75곳(약 40%)이나 된다. 지난해 21대 총선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55개국 91개의 공관에서 재외선거 사무가 중지된 탓에 투표율은 고작 1.9%(4만 858명)에 그쳤다.
여당은 선관위의 소극적 태도를, 야당은 우편투표제 실시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 측은 “21대 총선 때 국내에서도 부정 의혹이 불거졌는데 하물며 등기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해외의 경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재외동포위원장인 이성만 의원은 “야당이 우편투표제를 도입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선관위도 선거 관리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선관위는 위조·대리 투표 등 선거 부정이 발생할 수 있고, 국가별로 우편시스템의 수준 차이가 존재해 배송 지연 및 분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여야는 대안으로 재외투표소 확대 방안에 뜻을 모았지만, 석달도 채 남지 않은 내년 대선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선관위는 투표 장비 확보와 공관 보급 일정 등을 고려해 늦어도 선거일 전 60일인 내년 1월 8일까지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