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겪은 원숭이 2~3년 조기 노화 발견"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후 살아남은 원숭이에게서 조기 노화 현상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노 스나이더-맥클러 애리조나 주립대 진화 및 의학센터 교수팀은 푸에르토리코 인근 카요 산티아고 섬의 자연보호센터에 사는 레커스 마카크라는 붉은털원숭이에게서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2년가량 더 나이가 든 노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이 원숭이들을 연구해 왔는데 2017년 강력한 허리케인을 겪은 후 원숭이들이 이전보다 더 일찍 노화했다는 것이다.

레커스 마카크는 사람과 유전자가 매우 유사해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숭이로, 2년 노화는 사람으로 치면 7년 내지 8년에 해당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카리브해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는 2017년 9월 8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허리케인 '마리아'가 강풍과 호우를 동반해 섬을 휩쓸고 지나갔다.

연구팀은 전 세계 극단적인 기후 증가가 인간이나 동물에게 생물학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이들 원숭이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염기 서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원숭이 유전자의 4% 정도가 변화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통의 원숭이나 인간에게서처럼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접히는 단백질(folding proteins) 연관 유전자는 감소했고, 염증에 대한 반응과 연관된 유전자는 증가했다.

이는 영장류에서 대개 나타나는 현상으로, 만성 염증은 때로 심장병이나 일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논문의 주요 저자이자, 워싱턴대 스맥 연구소(SMak Lab) 대학원생인 마리나 와토위치는 "모든 동물은 폭풍 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 매우 많은 변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런 기상 후에 누가 잘 지내고 그렇지 못한지, 사람들이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taejong75@yna.co.kr